1세대 바이오·의료기업들이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미국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여 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발판으로 미국의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96~1999년 창업한 1세대 바이오·의료 기업들이 미국에서 직접 현지 임상을 하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법으로 시장진출을 추진 중이다.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기업은 진단 전문기업 바디텍메드. 1998년 한림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시작한 비디텍메드는 체외진단기기를 중국에 수출해 성장했다. 그러다 지난해 미국의 이뮤노스틱스를 인수하면서 북미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 집중된 수출을 북미 등 글로벌 전반으로 고르게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지난 4월 마련한 150억원의 자금으로 북미나 유럽의 진단기기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96년부터 20년 동안 신약개발에 매진한 바이로메드는 미국에서 신약 인허가를 받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다.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와 당뇨병성 발궤양(당뇨병) 치료 신약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면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관 출신의 박준태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경험이 풍부한 박 부사장과 함께 FDA 문턱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1996년부터 재생의료사업(RMS)를 시작한 세원셀론텍, 1998년 문을 연 레이저 의료기기 기업 루트로닉, 2000년 시작한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 등도 북미 판매 허가를 받은 제품의 판로를 찾고 있다. 각사별로 세원셀론텍은 오리발 추출 바이오콜라겐을 FDA 원료의약품 목록에 올렸고, 루트로닉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에 각각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기기 ‘알젠’과 피부과 레이저 의료기기 ‘라셈드’의 FDA 인허가를 받아냈다. 또 씨젠은 지난 5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써모피셔 사이언티픽과 공동으로 분자진단 시약·장비에 대한 FDA 승인을 추진하기로 협약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 최대의 의료 선진국이자 의료장비 등을 가장 고가로 판매할 수 있는 곳으로 전 세계 모든 바이오벤처들이 최종 목표로 하는 곳”이라며 “미국에서 인정받는 제품은 남미·동남아 등 다른 시장도 자연스레 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허가부터 판로 개척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고 비용·시간도 상당히 소모된다”며 “해당 기업들은 퀀텀 점프(대약진)를 하느냐, 큰 실패를 하느냐의 갈림길에 선 것으로 앞으로 3~5년 내에 성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