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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7] "블록체인 기술격차 적어...과감히 규제 풀면 국제표준화 선도 가능"

[격화되는 블록체인發 4차산업혁명-<5·끝>좌담회]

금융권 유독 규제 강해...'네거티브' 전환 서둘러야

금융사 장기적으로 거래비용 30% 절감 가능할 듯

美·中은 정부가 오픈 마인드로 가상화폐 등 지원

韓도 제도가 기술발전 걸림돌 안되게 선제조치 필요

서울경제신문이 ‘블록체인이 금융산업에 가져올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주홍민(왼쪽부터)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 이정훈 더루프 전략이사, 하태형 율촌연구소장,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이재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권욱기자서울경제신문이 ‘블록체인이 금융산업에 가져올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주홍민(왼쪽부터)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 이정훈 더루프 전략이사, 하태형 율촌연구소장,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이재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권욱기자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뜨겁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블록체인이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WEF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과반이 “오는 2027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는 블록체인으로 기록, 관리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상에서 일어나는 거래의 ‘신뢰’를 보장해주는 핵심 기술이다. 이에 따라 별도의 중간관리자를 거치지 않아도 돼 거래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특히 금융권이 블록체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 적용사례의 50%가 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금융회사가 장기적으로 거래비용의 30%를 절감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와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전문가들과 블록체인 도입에 따라 금융산업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미래상을 그려보고 이에 발맞춰 지금부터 우리 업계와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 하태형 율촌연구소장이 사회를 맡고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이재욱 율촌 변호사, 주홍민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 이정훈 더루프 전략이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하태형 소장=블록체인이 처음 나왔을 때 ‘가치의 인터넷’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지금도 굉장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예컨대 에스토니아는 투표시스템까지도 전부 블록체인으로 깔고 있고 중국 완샹그룹은 항저우 인근 도시 전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꿔보겠다고 한다. 다만 막상 들어가 보면 과연 어느 부분에서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 뚜렷하게 잡히는 건 아직 없다. 금융산업 쪽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이정훈 이사=블록체인 기술이 많이 회자 되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실 아직은 굉장히 초기 단계인 게 대부분이다. 전체 기업이나 사회 전체 시스템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게 사실 맞다. 기업이 현재 바로 가져다 쓸만한 수준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굉장히 많이 발전돼 있다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도 발전해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는 게 맞는 설명이다.

더루프의 경우 국내 25개 증권사와 같이 컨소시엄을 꾸려 자본시장 영역의 많은 업무를 블록체인을 적용해 혁신하고자 함께 연구하고 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아니더라도 금융권에는 소위 ‘미들맨’으로 불리는 중개자들이 많이 있다. 블록체인은 이 같은 제3의 기관이 제공해줬던 신뢰를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 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하고 있는 건 공인인증서 대체 서비스로 9월 말에서 10월 정도면 시범 서비스로 론칭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비즈니스를 블록체인으로 바꿔가기 위해 첫 번째 단계로 인증을 깔고 가야 한다는 관점이 반영됐다. 그다음 단계로는 증권사 간 이뤄지는 청산·결제 업무를 블록체인으로 처리해보려 한다. 현재 결제 프로세스가 굉장히 복잡하고,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증권사들은 상호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태형 소장=최근 중국 상하이 거래소를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블록체인을 거래소 자체를 대체할 수 있는 위협적인 기술로 보고 연구를 상당히 진행했다고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지닌 파괴력에 대해 좀 더 얘기해달라.

△오정근 교수=네트워크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 문제다. 블록체인은 이 부분을 완전히 해결해준다. 과거에는 A와 B가 거래하면 서로 믿지를 못해 중간에 중앙결제기구가 있어야 했다. 다시 말해 금융 거래를 하려면 금융결제원이 있어야 하고 증권 거래에는 증권예탁결제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 중앙결제기구가 필요 없어진다. 즉 증권 거래를 하고 나서 청산·결제하는 증권예탁결제원이 필요 없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각 나라 결제원을 연결하는 ‘스위프트(SWIFT)’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것도 대체할 수 있다.


△하태형 소장=거래 비즈니스 자체에도 위협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개인 간 주식 거래는 거래소를 통하는 게 강제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대체거래소(ATS)가 있다. 이것을 블록체인으로 깔아버리면 거래소가 대체되는 것이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의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전개될지 주목된다. 다만 블록체인이 이처럼 놀라운 기술이지만 아직은 현실에 적용할 때 현행 제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법적인 충돌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말씀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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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변호사=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법은 뒤좇아 가게 돼 있다. 문제는 금융권 규제가 유독 강하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은 그간의 역사가 있어 법을 굉장히 강하게 만들어놓았다. 물론 정부에서도 블록체인 관련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규제를 완화하자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국내 관련법은 허용하는 것만 하도록 하는 ‘포지티브’ 규제라는 점이다.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여서 법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하면 되고 다른 건 다 해도 되는데 한국은 법에서 하라는 것만 해야 한다. 또 다른 나라를 봐도 영국은 특정 분야에 대해 규제를 일정 기간 적용하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가 있고, 중국은 정부의 태도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은 해봐라’라는 식이다. 따라서 한국도 법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거기까지 가기 전에 우리가 다른 나라에 한참 뒤질 수 있으니 지금은 관련 규제들을 하나하나 전향적으로 푸는 수밖에 없다.

△주홍민 과장=금융이 어느 분야보다 규제가 강한 게 사실이다. 다만 우리나라 금융법 체제는 비즈니스별로 규제가 된다. 즉 영업을 할 때 규칙을 준수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거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는 규제가 없다. 다른 말로 풀이해본다면 블록체인이 비즈니스를 하는데 현행 법규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면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영국과 싱가포르의 ‘샌드박스’와 같은 방안을 저희도 상반기에 발표했다. 다만 현재 법 체계가 그런 혁신적인 조치를 하려면 추가적 입법이 필요하다. 도입은 내년쯤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 당장 하반기 중에 법 집행이나 규제 조치를 하지 않는 비조치의견서와 금융회사가 핀테크 회사에 위탁하는 파일럿 테스트, 금융회사와 핀테크기업 간 시범사업을 규제 영향 밖에서 할 수 있는 제도들을 시행하려 준비하고 있다.

△하태형 소장=한국이 블록체인 기술 입법을 먼저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게끔 빨리빨리 해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금융산업이 블록체인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 각 분야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말씀해달라.

△이정훈 이사=블록체인은 태생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다. 아무리 국내에서만 하고 싶어도 무조건 글로벌 경쟁이 되는 비즈니스적 특성이 있다. 그런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게끔 또는 더 치고 나가서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또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고 말들은 많지만 그중 실체가 있는 건 사실 아주 많지는 않다. 그중에서 블록체인은 굉장히 좋은 아이템 중 하나이다. 실제로 스위스 같은 경우는 블록체인이라는 테마를 잘 이끌고 간 덕분에 그곳에서 많은 관련 비즈니스가 일어나 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법 체계 중 블록체인 관점에서 어색한 부분들에 대해 업계가 기술적으로 치고 나갈 때 제도에 걸려 지체되지 않도록 당국이 비조치의견서 등 적극적인 도움을 주면 좋겠다.

△오정근 교수=미국 같은 경우는 R3라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금융거래 표준을 만들고 있다. 그것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뒤따라 가야 하는 상황이다. 또 중국 같은 경우 전 세계 가상화폐 채굴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정부가 전기료를 저렴하게 해주는 등 많이 지원해준다. 언젠가 가상화폐가 글로벌 제도권 안에서 거래될 것에 대비해 미리 많이 채굴해두면 그게 결국 외환보유고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국가 차원에서 보는 거다. 이처럼 정부에서 오픈마인드로 접근해 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세계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특히 4차산업 기술 중 인공지능(AI) 같은 건 구글에서 10년 전부터 연구한 만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연구되기 시작한 지 2~3년밖에 안 됐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우리가 잘하면 국제 표준화도 이끌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정훈 이사=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블록체인의 경우 글로벌에서 최고 선도 기업이라 하는 곳도 사실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다시 말해 우리 기업들과 기술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블록체인을 하나의 국가적 성장동력으로 가져갈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태형 소장=블록체인은 신기술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계속 좀 봐야 하겠다.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우리에게 열려 있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크게 눈을 뜨고 따라가야 할 것이다.

/정리=조권형·김흥록기자 buzz@sedaily.com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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