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도시 경쟁이 한창이다. 각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도시를 바꾸고 개발하고 있다. 런던·뉴욕·도쿄 등 세계적인 도시는 그 자체가 국가경쟁력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가을에 런던시청 자문위원과 함께 런던의 도시개발 현장을 둘러본 적이 있다. 런던은 2000년 이상 된 도시라 한다. 웨스트민스터 애비가 기원 후 400년대에 지어졌다고 하니 그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다.
런던이 어떻게 수백 년 동안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세계적 도시로서의 명성을 유지해올 수 있었을까. 우리에게는 없고 그들에게 있는 것은 무엇일까. 런던 도시재생 전문가의 설명과 현장 브리핑을 듣고 난 후 부러움과 답답함, 그리고 두려움이 몰려왔다.
공공과 민간기업, 금융과 시민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도시재생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 도출된 결과를 직접 실현해나가는 잘 짜인 시스템이 부러웠다. 공공은 과감하고 디벨로퍼는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시민들은 기쁘게 참가했다. 공간 창조에 대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쏟아냈다. 그리고 공공과 민간·자본이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고 있었다.
우리의 수도인 서울도 런던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춘 도시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이 많은 도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한강과 도시를 둘러싼 산을 갖고 있어 그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600년의 역사가 겹겹이 쌓인 문화 자산도 갖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첨단 정보기술(IT)을 갖춘 최첨단 도시로서 콤팩트시티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주변을 포함하면 2,000만 가까운 인구가 살고 도쿄의 세 배에 달하는 인구집적도를 가진 도시면서 카드 하나로 대중교통을 연계해 이용할 수 있는 서울. 쾌적한 서울 지하철은 외국인들에게는 꼭 이용해봐야 하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너무 익숙해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장점을 짚어내는 외국인의 얘기를 듣고 새삼 서울의 매력을 확인하기도 한다.
일본 모리재단의 도시전략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도시 경쟁력 순위에서 2016년의 서울은 세계 6위다. 서울을 앞선 도시는 런던·뉴욕·도쿄·파리와 싱가포르밖에 없다. 얼핏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순위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려를 자아낸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도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메가 프로젝트가 구상되고 실현돼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급속성장으로 효용이 다한 공간들을 변화하는 도시 기능에 맞춰 효율적 공간으로 다시 창조해내야 한다. 여의도·노들섬·한강을 살릴 수 있는 한강변, 용산역과 용산공원의 글로벌 비즈니스 메카, 한강 남북도로의 지하화, 대심도 광역 교통망 등 100년 이상을 내다보며 새롭게 그려나가야 한다.
월드컵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 잠수교를 지나며 보이는 한강은 세계 도시 전경과 견줘 봐도 손색이 없다. 정부와 민간기업·시민이 함께 힘을 합쳐 열린 공감대, 열린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메가 프로젝트로 그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서울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