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27일 안철수 대표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선명한 야당’을 천명한 안 대표는 이날 작심한 듯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선전포고를 날렸다. 다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극에 달한 당내 반안(反安·반안철수) 세력을 끌어안는 것은 과제로 남았다.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8·27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를 열고 안 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안 대표는 51.09%의 득표율로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문의 대부분을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데 할애하며 선명성을 부각시켰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코드 인사와 외교·안보 무능,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각 분야에서 기득권과 맞서 싸우고 아이들에게 빚더미를 안기는 무책임과 싸워나가야 한다”며 “싸움 과정에서 겪는 상처와 희생 속에서 우리 당의 살 길이 열리고 국민의당이 회생한다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여당을 향해서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다”며 날을 세웠다.
안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부수를 띄워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자신했다. 대표로서 선거를 이끌어야 하지만 서울시장 직접 출마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당원동지들과 함께 국민의당을 전국정당으로 키우겠다”면서 “17개 모든 시도에서 당선자를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안 대표가 ‘탈(脫) 호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를 벌이다가 전략적인 선거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도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제3당인 국민의당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다당제 민주주의는 국민의당이 서 있는 정치적 기반이고 막 싹이 핀 한국 정치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선거법 개정과 개헌에 당력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51%의 득표율로 간신히 절반을 넘기며 압도적인 승리를 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안철수계인 장진영·박주원 최고위원과 박주현 여성위원장이 선출된 것도 안 대표에 대한 견제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최고조에 달한 당내 반안 감정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다.
안 대표 또한 이를 의식해 “51%의 득표율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다른 후보를 지지한 당원들의 마음까지도 헤아려 열심히 당을 혁신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말했다. 비안철수계 세력과도 “소통하고 여러 가지를 계속 의논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개를 유보한 대선평가보고서에 대해서는 “최고위와 의논해 공개하겠다”면서 “거기에 나온 여러 고칠 부분들을 꼭 참고해 당 혁신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