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노동개혁 없인 '오프쇼어링' 못막아...기업도 'GE·지멘스 변신'서 배워야

대립적 노사관계로 해외이전 가속

정부는 친노정책으로 되레 부추겨

기업도 美·日 사례 벤치마킹 필요

2815A03 설비투자직접투자증감수정




2815A03 국내설비투자중제조업비중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설립을 마지막으로 새로 지은 자동차 공장이 없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2000년 이후 미국과 중국은 물론 동유럽과 중남미에 공장을 지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현대차가 해외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200만대로 국내 생산 대수 168만대를 크게 앞질렀다.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휴대폰·가전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해외 생산을 늘리는 추세다.

해외에 공장을 지어 판매하는 것이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화나 인건비·물류비용 등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강성노조와의 대립적 노사관계가 지속되면서 인건비 상승 등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들의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유도해 내수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최저임금·법인세 인상과 노동친화적 정책을 통해 오히려 기업들의 오프쇼어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조업 부흥을 위해서는 정부가 노사 문제를 포함한 노동개혁과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오프쇼어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규제개혁 통해 제조업 ‘오프쇼어링’ 흐름 끊어내야=완성차 업체들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423만여대로 전년 대비 7.2% 줄어든 대신 해외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5.5% 증가한 465만여대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국내 생산량을 앞질렀다.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4.2% 늘었지만 하반기는 물론 내년 이후에는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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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한국 제조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평가다. 해외 생산 증가는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생태계를 훼손하고 이는 곧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노조들은 매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다. 이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디젤차에 대한 환경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유턴시키기 힘들다면 노동·규제개혁을 통해 더 이상의 해외 이전을 막고 국내 공장이라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도 사업구조 개편·신사업 발굴 서둘러야=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치며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 일본·독일의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의 노력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도 변신해야 한다.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서비스업을 결합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의 성공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서비스업을 접목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한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한발 앞선 혁신을 통해 제조업의 한계를 극복하라는 것이다.

GE는 최근 비행기 엔진을 판매하는 대신 리스를 해주고 산업용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엔진 유지보수 관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엔진에 부착된 센서와 산업용 사물인터넷으로 엔진의 사용현황과 방식, 사용상 효율, 부품 마모상태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단순히 엔진을 만들어 팔던 방식을 버리고 기존 제품에 서비스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인 것. 독일 제조업을 대표하는 지멘스는 주력 사업인 가전을 버리고 신재생에너지와 헬스케어·에너지관리·스마트공장 등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등 과감한 사업개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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