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하면서 역대급 재난 피해가 발생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태풍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텍사스주 주도인 인구 650만의 휴스턴은 거대한 ‘물의 도시’로 변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하비가 텍사스주에서 빠져나가기 전 누적 강우량만 1.3m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NWS는 성명에서 “이번 폭우의 범위와 강도는 이전의 그 어떤 경험도 뛰어넘는다”고 밝혔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역대급 재난”이라며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피해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상륙 당시 하비는 지난 2005년 1,200명의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3등급)보다 강력한 카테고리 4등급이었다. 미국 본토에 카테고리 4등급 허리케인이 강타한 것은 13년 만이다.
외신에 따르면 악천후로 공항 두 곳이 모두 폐쇄되고 지역 방송국까지 방송 송출을 중단했으며 휴스턴 전체는 주민 구출 작전이 펼쳐지는 재난현장의 중심이 됐다. 휴스턴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집이 침수되자 지붕 위 또는 고지대로 대피한 주민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 2005년 카트라나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국은 곧바로 전방위적인 구조활동에 나섰다. 재난 당국은 일단 헬리콥터, 비행선부터 차체가 높은 차량까지 총동원했다. 밤사이 방위군이 3,000명 급파됐으며 뉴욕소방대 등 다른 주에서도 구조대를 보내 인명구조 활동을 지원했다. 악천후에도 헬리콥터 20대가 계속해서 상공을 비행하며 지붕 위에 발이 묶인 주민들을 구조했다. 당국은 집 2층이나 다락으로 대피했다가 추가 범람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붕 위로 대피한 뒤 이불이나 수건을 활용해 조난신호를 보내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우로 피해 지역이 확대되면서 당국의 구조활동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911콜센터는 15시간 사이에 걸려온 전화만 5만6,000건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구조를 기다리던 주민 상당수는 자력으로 살길을 찾아 나섰다. 한 여성은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해 창문을 부수고 탈출했다”고 말했다. 애완동물을 케이지에 담아 나오거나 생필품이 담긴 쓰레기봉투에 손에 쥔 채로 튜브에 매달린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당국이 대피 명령을 조금 더 일찍 내렸어야 한다며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비가 가장 먼저 휩쓸고 간 해안도시 락포트 인근 빅토리의 한 주민은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미리 대피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휴스턴시의 터너 시장은 “대피 명령을 내렸다면 230만명이 도로 위로 쏟아져나오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9일(현지시간) 텍사스 지역을 방문한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연방정부 및 주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현지에서의 일정과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며 “모든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대규모 자연재해가 닥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