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활용한 고액자산가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서울 및 인천 자산관리(WM)센터 두 곳에 테슬라 충전소를 설치하고 지난 23일 고객들을 초청해 테슬라 시승체험행사를 진행했다. 국내 호텔이나 마트·리조트 인근에는 테슬라 충전소가 여럿 설치됐지만 금융사 중에서는 처음이다.
은행이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한 배경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고액자산가 집중을 위해 본격적으로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 자동차의 주 고객층은 유행에 민감한 신흥 부자들로 모델S와 모델X의 경우 1억원이 훌쩍 넘는다. 3월 국내 첫 테슬라 매장이 문을 연 만큼 올해 씨티은행이 국내 테슬라 열혈팬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3월 영업점을 대거 폐점하는 대신 부유층을 위한 대규모 WM센터를 여는 자산관리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연내 영업점 133개(7개 기업금융 점포 포함) 중 90개를 줄이는 대신 100명 이상의 직원이 상주하는 대규모 WM센터를 잇따라 개설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은행들이 저금리 장기화로 이자수익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예적금 영업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만큼 자산관리 분야의 강화를 통해 생존의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반 대중 고객들을 위해서는 공인인증서를 없앤 ‘뉴 씨티 모바일 앱’을 내놓는 등 비대면 채널을 강화했다. 한동안 이 같은 전략이 구조조정을 위한 절차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노사갈등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떠오르기도 했지만 지난달 사측이 직원들에게 ‘고용보장’ ‘PC 오프(off) 제도 신설’ 등의 조건을 보장해주기로 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본지 7월12일자 10면 참조
노사갈등이 잘 매듭지어지면서 ‘점포 다이어트’에는 성공했지만 씨티은행이 실제 ‘자산관리의 강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로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점포를 선도적으로 축소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는 의견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WM 영업 특성상 아웃바운드 영업이 많은데 대형 점포를 만든다고 자산가들이 유입될지, 그리고 일반 고객들이 떨어져나가도 이익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