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업계가 중국의 성장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면서, 미국 영화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영화사들은 중국이 자신들을 구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여름은 할리우드 영화가 가장 흥행하는 계절이다. 텐트폴 tent pole *역주: 한 투자 배급사의 라인업 중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 시리즈는 제작비를 대거 투입해 만든 폭발 장면에서 일류 배우들이 거의 불가능할 듯 탈출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올해 대형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수 많은 슈퍼 히어로 영화 시리즈들도 할리우드가 가장 두려워하는 적을 무찌르지는 못했다. 바로 감소하는 극장 관객수다. 지난 10년간 미국과 캐나다의 연간 영화 티켓 판매량은 8,000만 장이나 급감했다.
그 사이 1인당 영화관을 찾는 횟수도 2007년 이후 14% 감소해 연평균 4회 미만에 그쳤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2016년 박스 오피스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14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미국 극장주들이 (더 많은 팝콘 판매가 아니라)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결국 존재론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일시적 틈새 찾기 전략이라 하더라도, 영화 티켓 가격을 계속 높여야 할까? 그렇게 하면 그 전략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느라 영화사 경영진은 (어쩌면 넷플릭스를 보면서) 밤잠을 설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딜레마에도 한 줄기 희망은 있다. 바로 중국이다. 미국 영화 관객들과 달리 중국 영화 소비자들은 무리를 지어 극장을 찾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메우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새 영화관을 짓고 있다. 미국 영화 감독들-오랫동안 중국의 14억 인구를 재생 시리즈물(recycled franchises) 관객으로 만들려고 전전긍긍해왔다-에겐 오히려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 내 영화관 수는 몇 개나 될까? 지난해만 해도 7,500개 이상의 상영관이 새로 생겼고, 총 영화관 수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약 4만개인 미국 상영관 수는 2013년 이후부터 변함이 없다. 머지 않아-수 개월에서 2년까지 전망에는 차이가 있지만-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전세계에서 가장 큰 박스 오피스 매출원이 될 것이다. 이미 중국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총 가치는 약 1,8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미국 영화사들에게 중국 관객들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중국의 수입영화 쿼터제는 그렇지 못하다. 중국은 수입 영화 수와 해외로 빠져나가는 영화 수익 모두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할리우드에게 좋은 소식도 있다. 중국 정부가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수입 영화 쿼터를 34개에서 38개로 늘렸다는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양국 무역의 긴장관계가 고조됐음에도, 올해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영화사들에겐 또 다른 장애물이 있다. 바로 중국 영화사다. 현지 영화 제작자들은 그리 매력도 없고, 대부분 터무니 없는 내용을 가진 코미디 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안정적으로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원더우먼과 스파이더맨과 같은) 누구나 알 만한 영화 브랜드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 내에서 가장 크게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지금까지 자체 제작 영화였다. 스티븐 차우의 Stephen Chow의 2016년 공상과학 로맨틱 코미디 히트작 ‘인어공주(The Mermaid)는 거의 5억 2,700만 달러를 긁어 모았다. 또 대기업 다롄 완다 Dalian Wanda는 칭다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제작 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는 중국 영화사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전에 기반을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현재까지는 효과가 있었다. 최신작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The Fate of the Furious)’은 중국 영화관에서 3억 8,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상영된 할리우드 영화 중 최고 매출을 올렸다. 반면 이 영화의 미국 내 매출은 2억 1,500만 달러에 그쳤다.
바로 여기에 기회가 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영화전문 연구자 클레이턴 듀브 Clayton Dube는 “기존의 틀을 깬 과감한 영화가 현지에서 먹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객들이 잘 알려진 액션 시리즈 영화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할리우드는 더 많은 혁신적인 시퀄 sequels, 프리퀄 prequels, 리메이크 remakes와 리부트 reboots 작품들을 내놓을 수도 있다 *역주: 시퀄은 후속편, 프리퀄은 본편의 이전 이야기, 리부트는 배경과 스토리는 그대로지만 원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새 이야기를 다룬 작품, 리메이크는 일부분만 각색해 원작과 큰 차이가 없는 작품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 관객들의 반응은 미지근할 수 있지만, 적어도 관람객 감소에 대한 영화사들의 두려움은 줄일 수 있다. 적어도 당장은 말이다.
■ 중국에선 어떤 영화가 블록버스터가 될까?
중국 관객들의 취향이 미국 영화들을 바꿔 놓고 있다. 제작사들이 해외 관객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 지난 4월 중국 내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흥행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몇 가지 주요 요인을 살펴보자.
풍부한 액션
화려한 스턴트, 단순한 플롯, 수려한 외모의 배우들이 ‘분노의 질주’가 동서양의 문화 격차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지나친 파격 회피
중국에는 영화 등급제가 없다. 대신 검열을 통해 성, 폭력, 과도하게 정치적인 내용을 삭제한다. 수위가 높은 영화들은 부모 지도 하에 관람해야 하지만 ‘분노의 질주’에는 그런 제한이 없었다.
3D 상영 가능
아시아 상영관의 78%는 3D 상영관이다. 미국에선 이 비율이 39%에 불과하다.
■ 마법 같은 중국의 영화시장 성장
114%
2012년 이후 중국 내 영화 티켓 판매 성장률. 북미 지역 성장률은 같은 기간 6%에 그쳤다.
40,917
작년 말 기준 중국 내 상영관 수. 2013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 미국의 4만 759개를 추월했다.
82%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 미국 외 지역에서 기록한 박스오피스 매출 비중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Michal Lev-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