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스마트 스피커 혁명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의 퍼스트 무버인 아마존과 안드로이드 제국을 이룬 구글에 도전장을 던졌다. 차세대 혁신의 허브가 될 ‘AI 스피커’ 플랫폼을 두고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에 강점을 가진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을 앞세워 아마존·구글과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첫발은 아마존이 빨랐지만 삼성전자나 구글이 저력과 뚝심으로 언제든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다”고 말한다.
패트릭 쇼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부사장)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언팩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은 어떤 기기에서든 대규모 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 AI스피커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아마존 알렉사가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지금 AI 스피커시장은 수 천 만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3~5년 후 수십억대의 AI스피커가 나올 것”으로 확신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도 “2020년에는 소비자 4명 중 한 명이 2개 이상의 AI스피커를 이용할 것”이라며 “시장규모도 2015년 3억6,000만 달러에서 2020년 21억 달러로 6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가전기기와 스마트폰의 강점을 기반으로 AI 스피커 시장에서도 단숨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도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종합 전자업체”라며 “그런 강점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구글홈’을 선보이며 자체 AI인 ‘구글 어시스턴트’ 생태계를 꿈꾸고 있는 구글의 행보도 눈에 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로 확보한 빅데이터를 AI 고도화에 활용, 일상 대화에서 쓰는 문장 조합만으로도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해주는 자연어 검색 시장까지 장악할 계획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영미권 국가에 출시된 안드로이드폰에는 기본 탑재돼 있다. 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이 73%로 높아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
퍼스트 무버인 아마존은 다양한 AI 스피커 제품을 출시하며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4년 ‘에코’ 출시 후 소형 스피커인 ‘에코닷’,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에코탭’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미국에선 구글 홈을 ‘구글 에코’라고 부를 정도로 ‘AI스피커는 아마존’이라는 공식이 통용된다. 또 아마존은 지금까지 쌓은 이용자경험(UX)을 바탕으로 쇼핑을 넘어 아마존만의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I 스피커에서는 ‘패스트 팔로잉’ 전략이 아닌 긴 호흡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관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며 “현재는 각자의 특장점을 무기로 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만 플랫폼 서비스라는 점에서 결국에는 한두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