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창업자들은 인맥·학연·지연 등 ‘눈에 안 보이는 천장’에서 자유롭습니다. 또 미국은 시장이 커서 아이디어만으로도 사업이 가능합니다. 반면 한국은 시장이 작아서 아이디어보다 관련 시장에 대한 규모 분석과 수익계획 등이 중요합니다.”
윤준석(사진) 커리너리 에이전트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최근 뉴욕 현지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 스타트업 시장에서 동양인도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미국은 스타트업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한 적이 있다”며 “대기업이나 관료들과 관련한 인맥이 당시 스타트업 성장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인맥이나 학연·지연 등에서 자유롭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심하다”며 “특히 동양인 여성이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대접받기는 다소 힘든 구조여서 관련 경력을 쌓는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윤 CTO는 2002년 스토니 브룩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 후 이미지를 광고로 연결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2011년 매각에 성공했다. 2014년에는 구직을 원하는 요리사와 레스토랑을 연결해 주는 커리너리 에이전트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요리사가 자신의 경력과 요리기술 등을 입력하면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가장 적합한 레스토랑과 추가로 익혀야 할 기술 등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용은 요리사를 구한 레스토랑에서 낸다.벤처캐피탈 두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다음 달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윤 CTO는 “외부투자를 받을 때 장기적 사업계획과 회사 가치평가에 신경 써야 한다”며 “투자자들의 목표는 수익 극대화이기 때문에 투자유치에만 집중하다 보면 사업규모가 커졌을 때 창업자가 수익을 못 얻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주위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받고 세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CTO는 커리너리 에이전트 외에도 조그마한 AI 개발 업체를 운영하면서 뉴욕의 한국인 스타트업을 위한 각종 조언 등도 한다. 그는 “미국에는 VC도 많고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만 잘 갖춘다면 충분히 도전 해 볼만한 시장”이라며 “앞으로 한국인 창업자들이 미국에서 서로 간 인맥을 쌓고 교류할 수 있도록 각종 모임 등도 주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욕=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