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 가구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회의 차별을 뜻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여의도 사옥을 새단장하면서 내놓은 발주공고가 대기업만을 위한 맞춤형 발주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정한 기회의 상실을 우려하는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
28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여의도에 새로 짓는 한국교직원공제회관의 1~2층과 23~27층, 지하2층의 사무용 가구 공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예정가격은 약 20억원대다.
공제회가 제시한 제안서의 기본구성은 기술능력평가 80점, 입찰가격평가 20점 등 총 100점이다. 문제는 세부평가항목이다. 중소기업들이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수행능력 항목에 포함된 시장지배력(2.0) 항목.
이에 따르면 2016년도 사무용가구 매출액을 기준으로 1,500억원 이상이면 A등급으로 2.0점이 배점되며 100억원 미만은 1.2점이 주어진다. 사무용가구 기업 중 연매출 1,500억원을 넘기는 곳은 퍼시스(2016년말 현재 2,316억원)가 유일하다. 2~3위인 코아스와 현대리바트만해도 각각 971억원, 726억원으로 퍼시스 대비 한참 뒤처진다.
이와함께 중소가구업체들은 사업수행능력 내 안정성 항목도 통상적인 배점기준에서 벗어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제회는 재무적 안정성과 재무적 유동성 등 2가지 항목을 제시했는데 이것은 대기업을 위한 이중평가라는 게 중소업계의 주장이다.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재무지표를 두 개로 분류해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배점표는 조달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올 7월 한국식품연구원에 제시한 사무용집기 제작설치 제안요청서를 보면 시장점유율 같은 대기업에 유리한 평가항목은 없다. 재무안정성도 신용평가등급 1개 기준이다. 한 중소가구업체 관계자는 “배점표를 공개하지 않는 사기업이면 몰라도 공개입찰 방식에서 시장지배력을 배점기준으로 내세우는 것은 처음 봤다”며 “공제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국내에 단 한 곳밖에 없어서 사실상 특정기업 밀어주기식 배점표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중소 사무가구업체들은 공단이 제시한 배점표는 처음부터 대기업만을 선정하기 위한 것이며 발주공고는 사실상의 요식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성 항목에 대기업이 아니면 취득할 수 없는 다수의 인증자격증을 가점요소로 제시한 것도 논쟁거리다. 환경인증서인 그린가드의 경우 국내에서 퍼시스만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또 IDEA·reddot·JGD 등은 인증서 취득비용이 높아 중소 가구업체들에는 일종의 진입장벽과도 같다.
이에 대해 공제회 관계자는 “통상적인 공공기관 발주기준을 준용해 작성한 것일 뿐 중소기업 차별의도는 전혀 없다”며 “계량배점에 낮은 수준인 15점만 배정한 것은 입찰적격여부만 가리기 위한 것이고 비계량 부문에서의 항목으로 최종선정업체를 변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