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중국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시에 있는 백범 김구 선생의 피난처 건물 정문에 한글과 한자를 병기한 안내 간판을 달았다.
서 교수는 29일 “김구 선생 탄생일과 경술국치일(이상 8월 29일)을 맞아 건물 정면에 가로 40cm, 세로 140cm 크기로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쓴 ‘김구피난처’(金九避難處) 간판을 만들어 걸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중국에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글 병기 간판을 기증한 것은 항저우(杭州) 임시정부 청사, 상하이(上海) 윤봉길 기념관, 창사(長沙) 임시정부청사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글로 된 간판이 거의 없거나 작은 글씨로만 표기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판 제작 및 사전답사 등은 서 교수가 맡았고, 모든 경비는 두 사람의 자비로 충당했다. 조재현은 “간판 기증이 한국 관광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일본과 아시아, 미주, 유럽 등의 유적지에도 한글이 병기된 간판을 달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 교수는 “3개월 전 김구피난처를 직접 방문해 관계자와 논의한 후 간판을 걸 수 있었다”며 “특히 29일은 김구 선생의 탄생일이어서 이번에 간판을 단 의미가 더 깊다”고 말했다.
김구 선생은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홍구공원 폭탄 투척 이후 일제의 수배를 받았다. 선생은 저보성의 도움으로 상하이에서 자싱으로 피신했고, 이곳에 도착한 직후 매만가 76호에서 생활했다. 일제의 포위망이 좁혀 오자 저보성의 장남인 저봉장의 처가 별장인 재청별장으로 옮겨 한동안 은신했다. 자싱시는 지난 2001년 이 별장 옆에 ‘김구 전시관’을 신축하고, 한국 독립기념관의 지원을 받아 선생 관련 사진과 문헌 자료들을 전시했다. 총면적 120㎡의 전시관은 ‘김구의 독립운동’, ‘남북호 피난 시기의 생활’, ‘한중우의’라는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건물 입구에 ‘재청별장 김구피난처 : 김구 선생 피난처’라고 한자와 한글로 표지석을 세웠다. 조재현과 서 교수는 이번에 건물 정문 오른쪽에 한글과 한자 간판을 달았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