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기자는 소신 발언,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 SNS를 통한 시청자들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SBS 대표 앵커, 공감하는 언론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27년 방송기자로 쌓아온 날카로운 식견과 앵커로서의 탁월한 감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김성준 기자를 만났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로 방송에 복귀하시는 소감은?
복귀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지금까지와는 굉장히 다른 영역을 시작해 설렌다. 올해로 방송기자 생활 27년째인데, TV 뉴스에서 벗어난 경험은 2015년 때가 유일해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SBS 뉴스 최초의 팟캐스트 ‘골룸’(SBS 골라듣는 뉴스룸)은 녹음이고 자유로운 플랫폼이어서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시사전망대’는 라디오라는 점, 생방송으로 매일 방송한다는 점, 뉴스가 아닌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팟캐스트 ‘골룸’과 또 다르다. 뉴스가 아닌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부분에서도 걱정이 앞선다.
기존 시사전망대와 달라지는 점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일단 시간대를 저녁으로 옮긴다.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정보 제공에 포커스를 두는 반면, 저녁은 하루를 정리해야 한다. 따라서 그에 맞는 코너와 내용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기존 ‘시사전망대’가 뉴스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시사 성격이 강할 것이다. ‘뉴스와 시사의 차이가 뭐냐?’라고 물으시면, ‘팩트나 정보 전달에 치중하기 보다는 그 팩트나 정보가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 그 이면에 알아야 하는 게 무엇인지에 초점을 둔다라는 의미’라고 답할 수 있겠다.
다양성 역시 가져갈 계획이다. 아침에는 불가피하게 정치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저녁에는 정치와 관련된 이슈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도,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유익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내용들도 다양하게 소개하고 싶다. 예술과 대중문화가 될 수도 있고,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젊은 세대가 하는 말을 못알아듣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신조어가 무엇인지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고민 중이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2015년 SBS 뉴스 최초의 팟캐스트 ‘SBS 골룸’(SBS 골라듣는 뉴스룸)으로 청취자들과 만나신 바 있다. 당시 다방면의 주제, 이슈에 대해 SBS 보도국 기자들과 편안한 진행을 하신바 있는데, 그때의 경험이 ‘시사전망대’에 도움이 되시는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라디오는 얼굴도 안 나오니 분장을 안 해도 되고 여러 모로 편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목소리만 가지고 승부를 내야 하는 방송의 특징이 있는데, 예를 들면, TV 앵커는 굉장히 짧은 시간에 압축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반면 라디오나 팟캐스트는 쉬지 않고 진행해야 한다. 물론 쉬지 않고 진행하는 TV 대담이나 뉴스특보도 있긴 하지만, TV와 라디오가 또 다르다. TV에서는 앵커 멘트를 하는 동안 얼굴 표정, 입 모양, 넥타이 색깔, 양복 스타일, 스튜디오 배경, 자막 등이 모두 노이즈다. 이런 노이즈가 말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준다. 그러나, 라디오나 팟캐스트는 그런 노이즈가 전혀 없어 목소리와 말로만 승부해야 한다. 굉장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팟캐스트를 통해 조금은 연습했으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준비 많이 하는 기자, 앵커로 내부에서 소문이 자자한데, 어떤 준비를 하시는지, 독특한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기자에 비해 더 많이 준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특징을 굳이 찾는다면, 특정한 사실, 이벤트에 대해 세상에 어떤 관점들이 존재하는지 다양하게 찾아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진보나 보수, 큰 틀에서의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진보나 보수 내부에서도 개인의 경험, 각자 사정에 따라서 관점이 다를 것이다. 안보의 경우, 진보 진영 안에서도 본인이 실향민이나 한국전쟁에서 친인척이나 마을 사람이 북한군에 학살당하는 것을 본 사람은 또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듯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청취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할 지, 어떤 시각을 제공할 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편이다.
2016년 1월, ‘뉴스를 말하다’라는 책도 출간하셨다. 여기서 뉴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청취자께 김성준 기자의 세상에 대한 시각을 말씀해달라. 아울러 ‘김성준의 시사전망대’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사건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자가 됐다. 원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를 꿈꾸다 학교보다 현장이 재미있을 것 같아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기자가 현장을 지키는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됐다. 현장을 지킨다는 것이 단지 현장에서 나오는 뉴스를 전달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가 현장을 지킨다는 것이 알려짐으로써 부조리, 폭력, 부패가 훨씬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보아 왔다. 그런 면에서 기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그런 일을 하는 기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뉴스는 아니지만, 적어도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음을 전하고 싶다. 즉, 나쁜 마음을 먹고 행동하려는 사람에게는 조심하라는 경고가 될 수 있겠고, 소외 당하고 외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말라는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SNS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SNS를 처음 시작한 이유는 재미였다. 일종의 수다떨기, 친구 만들기 차원으로 시작했다.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다. SNS를 제 생각을 알리거나 홍보를 위해 하는 건 아니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의 생각을 엿보고 수다를 떨 수 있는 방법으로써 SNS를 생각한다.
SNS의 부작용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다떨기 공간으로써의 SNS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SNS를 통해서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활동하면 일종의 집단지성과 같은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직접 운영하시는 페이스북 ’기자의 窓’을 보면 여행지에서의 사진도 많이 올리시는데, 취미가 사진인가? 사진이 좋은 점이 있다면?
사진을 자세히 보면 내가 놓친 것들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스쳐 지나간 풀숲의 꽃 한 송이, 오늘 반팔 입은 사람이 어제보다 많다는 사실, 계절의 변화 등 세상의 변화에 대해 더 민감해진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것이 사진의 가장 좋은 점이다.
마지막으로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대한 포부를 듣고 싶다.
무조건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둘째로 유익하게 만들 것이다. 재미있게 듣다 보니 건지는 게 있는 프로그램을 하려고 한다. 8시 뉴스 앵커, 27년 기자가 진행을 한다고 하니 뉴스적이고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는데, 그런 분들이 깜짝 놀랄 만한 변화를 추구하겠다. 오히려 왜 저렇게 나대는 거야? 저 나이에 주책이네.. 이런 소리가 들릴 정도의 변화를 주고 싶다. 기대해달라.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