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롱런'의 조건

김희원 국제부 차장

김희원 생활산업부 차장


전 세계의 컴퓨터를 하나로 잇는 인터넷망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개통됐다. 우리가 주요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생산국으로 거듭난 배경에는 이 같은 ‘인터넷 내비게이터’의 혜안이 자리한다.

그로부터 30여년. 인간과 컴퓨터를 잇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며 주목받는 나라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 럭셔리카의 개념을 바꾼 전기차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투자에 집중하고 하루 1만6,000개의 스타트업이 설립되며 신기술 저변 환경이 빠르게 확대되는 중국이다.

미국 아마존이 ‘딥 러닝’ 기반 기술로 카트에 든 물품을 통째로 계산하는 차세대 무인 마트를 선보이자 이에 질세라 화답한 것도 중국이었다. 지난여름 알리바바는 구매 상품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고객의 위치나 눈의 동선, 머무르는 시간 등을 통해 상품을 진열하고 선호 상품을 제안하는 ‘똑똑한’ 편의점을 내놓았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각각의 상품에 전자태그(RFID)칩을 부착해 자동으로 계산하는 무인편의점도 올해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중국의 차세대 기술혁명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두 정보기술(IT) 거물의 존재로 대변된다. 이들은 현지 온라인몰, 인터넷서비스 수위 기업이라는 기반을 바탕으로 전자결제 시장 등을 양분한다. 차세대 서비스업은 유통과 물류, 모바일 결제, 빅데이터 등 관련 산업들의 유기적 발전을 통해 중심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데 강력한 자체 시스템을 이미 지녔기 때문에 빠른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마치 우리가 전 세계 1위의 인터넷 보급망 등 각종 인프라를 바탕으로 3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된 것과 비슷하다. 특히 이들은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올해 글로벌 10대 시총 기업에 미국 기업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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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정은 이와 다르다. 국내 유통 업체들은 오프라인 기반이어서 물류 혁신 등에 느리고 결제 시스템도 중구난방이다. 여기에 곳곳에서 발목을 잡는 규제로 혁신은 갈수록 남의 몫이 되고 있다.

세계가 단일 시장이 될수록 이익을 낼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일구는 기업은 더욱 소수가 된다. 하지만 이들만이 이익에 기반을 둔 천문학적 투자로 신기술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지원과 규제 흐름의 변화가 시대적 과제이지만 국내에서라면 독과점 문제부터 자유롭지 못할 판이다.

29일 발표된 예산안 등을 볼 때 일자리 창출을 통한 복지 지향적 정부가 현 정권의 정치 철학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롱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지출을 늘리는 정부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정부다. 인터넷혁명 당시 선도적으로 정보통신부를 신설하고 IT 강국으로의 도약에 모든 역량을 모았던 때가 그립다. “(정부는) 도와줄 것이 아니면 방해라도 말라”는 기업들 앞에 4차 산업혁명의 고속도로가 다시 한 번 뚫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heewk@sedaily.com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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