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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낸 첼리스트 양성원] 지적인 바흐 곡...세월 흐르면서 재발견했죠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녹음

주변 나무 소리 등 그대로 담아



“매일 거울을 통해 우리 모습을 볼 때는 달라진 것을 잘 모르지만 몇 년 전 자신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달라지는 게 보이죠. 제가 다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발매하고 공연을 하는 이유도 이와 같아요. 과거 바흐를 찾으며 연주하는 것과 현재의 그것에는 확연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껴요.”

지난 2005년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앨범을 발매했으며, 2006년과 2013년에도 바흐를 연주했던 양성원(사진)은 29일 정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2년 만에 다시 바흐 앨범을 발매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2005년 당시에는 왼손으로 연주를 했고 음표를 잘 표현하려고 했다면, 최근에는 오른팔로 연주하고 음표 위와 뒤에 숨어 있는 음색채를 찾으며 연주한다”고 밝혔다. 지적이고 독창적인 해석과 연주로 세계 주요 언론과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그는 지난 25일 12년의 변화가 담긴 앨범을 발매한 후 오는 31일부터 10월까지 서울(롯데콘서트홀), 대구(신세계 문화홀), 부산(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등을 비롯해 프랑스와 일본 등 해외 관객들에게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동안의 세월 속에서 달라진 자신과 그런 자신이 재발견한 바흐를 재현하기 위해 다시 바흐를 찾았다는 양성원. 그렇다면 왜 바흐일까. “바흐의 곡은 어느 곡보다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이상적인 균형이 잡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바흐가 어려운데요, 그 어려움은 투명하기 때문일 겁니다. 바흐를 연주하면 벌거벗고 무대에 선 기분이에요. 음악이 투명하다 보니 음악에 대한 이해도, 리듬감, 음정이 다 드러나거든요.”


양성원은 자연 그대로의 소리보다는 꾸미고 포장된 소리에 익숙한 디지털 시대의 우리에게 이번 앨범을 통해 자연음의 아름다움도 전한다. 파리의 노트르담 봉스꾸르 성당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은 녹음 당시 성당의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기 위해 사운드 믹싱을 포함해 포스트 프로덕션을 최소화했다. “때로는 성당 밖의 나무가 약간 움직이는 소리, 돌이 벽에 튕겨 져서 내는 소리 등도 그대로 녹음됐다”는 그는 “음악을 소리의 예술 만이 아닌 공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예술”로 끌어올려 현장의 첼로 소리를 고스란히 앨범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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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1번, 4번, 3번, 5번, 2번, 6번 순서로 배열됐다. “음반의 1부는 1, 4, 3번 순이에요.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G메이저로 시작해서 순수하면서도 신비로운 E플랫으로 전개됩니다. E플랫 다음에 첼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찬란한 소리인 C메이저로, 그 다음에는 첼로로서 더 내려갈 수 없는 소리인 C마이너로 2부를 시작해요. C마이너인 5번은 절박함이 느껴지면서도 가장 드라마틱하죠. 모음곡 중 가장 웅장한 6번은 E메이저로 끝나는데 이 모든 게 화성적인 이유와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죠.”

한편 양성원의 형 양성식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하나이며 이들의 부친 양해엽 씨는 1960~197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린 1세대로 정경화·김남윤·피호영·김다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를 키워낸 교육자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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