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개국 정상들은 2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주재로 정상회의를 한 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정상회의에는 마하마두 이수푸 니제르 대통령과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도 파트너 자격으로 참석했다.
유럽과 니제르·차드가 합의한 난민관리계획의 핵심은 아프리카에서 정치적 박해나 기아를 피해 유럽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유엔난민기구나 니제르·차드 정부에 등록하면 심사를 통해 유럽에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니제르와 차드의 난민 사전 수용시설 운영을 위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유럽 정상들은 이 조치가 불법체류자 급증에 따른 각국의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으로 위장해 입국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불법이민 문제 및 밀입국 조직과 싸워야 할 인도주의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들어온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은 총 11만4,000명에 달한다. 밀입국 조직 등을 통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난민도 2,4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새로운 난민 문제 해법에 대해 난민구호단체들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옥스팜 등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유럽 정상들이 난민 문제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난민 수용이 가져올 이익을 인지하기보다는 계속 위협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전날 일요지 벨트암존타크와의 인터뷰에서 포용적 난민정책을 펴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24일에 치러질 독일 총선에서 무난히 4연임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유럽행 난민 수가 통제 가능한 단계로 접어들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난민정책에 대한 정당 간 견해차가 연정 구성 협상 등 추후 정치행보를 어렵게 하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