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신약개발, ICT를 터치하다

스마트폰 모션센서 등 활용 글로벌 제약사 '모바일 사이버 임상시험'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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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화이자·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도움을 받아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공간제약 등을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모바일을 활용한 사이버 임상시험이 기존 방법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정작 정보기술(IT) 선진국으로 꼽히는 한국은 시도조차 없어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는 손발 저림이나 시력 저하, 마비 등을 유발하는 난치성 신경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S)’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모션 센서를 이용한 모바일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모바일 임상연구는 의사·과학자가 사용자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애플의 ‘리서치킷(Reserch kit)’을 활용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환자가 직접 자신의 상태와 어떤 일을 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지 등을 입력하도록 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 부착된 센서가 움직임과 반응을 테스트한다. 노바티스는 “이번 임상을 통해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일상을 이해하고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바티스는 국내에서도 피타렉스 등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를 판매 중이다.


노바티스 등 데이터 수집 앱 통해

시간·비용·공간 제약 IT로 극복

임상시험 대행 스타트업도 등장

국내는 신기술 도입에 지지부진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은 일찍부터 모바일을 이용한 임상연구에 눈을 떴다. 화이자는 지난 2011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검토를 거친 모바일 임상시험을 설계해 병·의원을 거치지 않고 가상의 공간에서 과민성 방광 치료 경험을 모아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영국 최대 제약사인 GSK도 지난해 7월 애플의 리서치킷 플랫폼을 통해 300명의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데이터를 수집해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IBM도 지난해 수면패턴 연구를 위해 스마트폰과 ‘왓슨 헬스 클라우드’의 응용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용자의 수면습관 데이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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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모바일 임상시험을 대행해주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사이언스37은 환자들이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가정에서 임상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프랑스 기반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는 지난해 이 회사에 3,100만달러(약 35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몬아크도 올해 1월부터 환자 등록을 시작해 곧 7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특발성 폐 질환에 대한 모바일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모바일 임상시험이 주목 받는 이유는 한 사람당 1억~2억원이 드는 비용을 대폭 낮춰주기 때문이다. 또 병·의원을 수시로 찾아가야 하는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게 해 준다. 가령 암 치료제의 경우 미국과 유럽의 대형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그러나 소수민족은 약 2%만 참여하기 때문에 개발 신약을 다른 국가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막대하게 요구된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는 모바일 임상시험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미동조차 없다. 스탠다임·파미노젠 등 몇몇 스타트업이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나섰지만 제약사와의 제휴 움직임은 없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달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센터(가칭)’를 설립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과정과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방법은 미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신기술 도입 등이 지지부진하다”며 “모바일 임상시험 등은 제약사와 IT 기업 모두 윈윈하는 전략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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