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삼성전자 외인 매도 공세] "JY 재판, 비즈니스에 영향은?" IR팀에 해외 투자자 문의 쇄도

신뢰 흔들리며 매도세 강화 속

3일 연속 하락...230만원으로

전문가들은 차익실현에 무게

"삼성전자, 성장주 아닌 가치주

3분기 실적 확인되면 돌아올것"

"마땅히 대체할 대장주도 없어

220만원대서 재진입" 전망도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지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이후 삼성전자 IR팀에 해외 투자자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블랙록·씨티그룹 등 미국계 펀드들은 물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했던 네덜란드연기금 등도 ‘세기의 재판이’ 삼성전자의 향후 사업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심 선고 이후 삼성전자는 3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29일 장중 230만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64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04% 하락한 23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평균 1만2,000주 정도의 자사주 매입으로는 쏟아지는 외국인 매물에 주가를 올리기는커녕 하락을 방어하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 경영 신뢰가 흔들리면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고 경영 결정권을 가진 오너의 장기간 부재는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자동차 전장 등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이나 인수합병(M&A) 추진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홍콩 금융시장에서는 북핵 리스크나 미사일 발사보다는 이 부회장의 재판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유럽계 한 펀드 매니저는 “북한 리스크는 너무 빈번하게 나타나며 변수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JY의 재판은 부정적인 요인과 긍정적인 요인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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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매도가 삼성전자의 오너 리스크와 북한 리스크 등 악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차익실현 시점에 악재가 터지며 매도 타이밍을 조금 앞당겼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총수의 부재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영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가 없다”며 “우스운 얘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오히려 최근 매도는 단순한 차익실현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살 때 가격이 120만~130만원이었음을 고려하면 현재 2배 이상의 이익을 봤기 때문에 차익실현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230만원대에 팔고 있으니 220만원 정도로 가격이 낮춰지면 다시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도 “삼성전자는 이익 측면에서 전혀 팔아야 될 이유가 없다”며 “약간 조정된 하반기 실적 예상치가 정상화되면 차익실현에 따른 매도세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운용사들도 삼성전자를 다시 살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홍콩의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터닝포인트가 생겨 주가가 상승하는 성장주가 아니라 기업 펀더멘털에 움직이는 가치주”라며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이 강화되고 배당 가능성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펀드 입장에서 한국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대체할 종목은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4조431억원이다. 지난 2·4분기 14조67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갈수록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이 부회장이 6개월 전 구속됐을 때도 주가는 최고가를 경신하며 움직였다”며 “이는 주가가 오너 리스크를 비롯한 이벤트가 아니라 실적으로 움직이는 게 굳혀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도 주가가 계속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가장 가까운 실적인 3·4분기 실적이 확인되면 외국인은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 이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외국인의 귀환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대형 운용사의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 중 아시아, 특히 한국의 비중을 1% 정도로 가져가야 하는데 시가총액이 큰 대장주 위주로 담다 보니 삼성전자 말고는 대체할 종목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삼성전자 시총은 상반기에만 국내 증시의 20% 이상 차지하며 절대적이었다”며 “시총 2~5위 사이에서도 삼성전자를 대체할 만한 종목을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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