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금호타이어·한국GM 정부가 구조조정 개입]"국내 공장 지켜야"...고강도 체질개선 주문할듯

설비 매각·인력 감축 불가피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산은은 고용보장 약속 없는 금호타이어의 부실 매각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노조금호타이어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산은은 고용보장 약속 없는 금호타이어의 부실 매각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노조








지난 28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현안보고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매각이 최선이냐는 질의에는 “여러 가지 다른 측면도 있다”고 답했다. 방위사업체인 금호타이어 매각에 사전 승인 권한이 있는 산업부 수장이 반대 기류를 드러낸 것이다. 금호타이어 매각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정부가 처음으로 낸 공식 의견이다. 더블스타의 가격 조정 요구로 우선매수권이 되살아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등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 역시 입장을 선회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산은 자회사 업무를 기존 금융정책국 내 산업금융과에서 구조개선정책관 산하 기업구조개선과로 이관한 점도 이와 같은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정부가 국내 기업이 인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한편 매각 작업을 철회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구조조정마저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일자리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지만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업계에서는 기술유출과 함께 광주공장 생산 물량의 중국공장 이전 우려를 제기했다.


결국 국내 공장을 지키되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4년 3,584억원에서 매년 줄어들어 올해 상반기에는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조5,000억원의 차입금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여신만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 상황도 녹록지 않아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주인이 정해지거나 매각이 무산되는 등 경영권 이슈가 해소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지난해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추가 자금 지원 조건으로 인력 감축 및 자산 매각 등의 자구안을 요구한 것과 유사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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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역시 구조조정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GM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체질을 개선해야 철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GM은 최근 공석이던 한국GM 대표에 카허 카젬 GM인도 사장을 선임했다. 카젬 사장은 인도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공장 매각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GM이 누적적자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한국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혹은 설비 매각 등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부는 GM이 철수하는 대신 경영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구조조정 작업을 우회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이 한국GM의 2대 주주로 17.02%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오는 10월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 권한이 해제돼 경영 개선 작업을 주도할 수 없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소수지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기는 힘들더라도 딜 주선이나 자산 매각 등에 당국이 일정 부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했다.

조민규·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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