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경제 회복세였는데…하비 후폭풍 맞는 미국

정유·석유화학 시설 피해 심각해

"제조업 전반 생산차질 빚나" 우려

3분기 성장률 0.2%P 하락 전망

연내 금리 인상 물 건너갈 수도

3115A12 실질GDP


허리케인 ‘하비’로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 밀집한 정유시설과 석유화학 공장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던 미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각에서는 경제 타격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미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씨티그룹도 하비가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가량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4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2.6%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하비는 정유시설이 밀집한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손실은 예고돼왔지만 하비가 초래한 피해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도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금까지 엑손모빌의 베이타운 정유시설, 로열더치셸의 휴스턴 정유시설 등 미 정유시설의 16.5%가 폐쇄됐으며 미국의 일평균 정유량은 1,800만배럴에서 1,50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석유 부산물로 생필품의 원료를 만드는 석유화학 공장들마저 가동을 멈춰 미 제조업계 전반으로 생산 차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석유화학시장 정보제공 업체인 ICIS의 모니터링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만드는 에틸렌 생산량이 지난 21일 이후 37% 급감했다. 환경단체들은 해당 공장에서 발암성 벤젠, 질소화합물 등 유해물질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재가동은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버티컬리서치파트너스의 케빈 매카시 애널리스트는 “언제쯤 다시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이 시작될지 모르겠다”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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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기 경기가 기대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준도 추가 긴축 실행 시점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비에 따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지역 경제에 투자와 건설활동 등을 위한 자금이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 만큼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서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투자금융 업체인 ING는 “둔화된 3·4분기 미국 경제성장의 연쇄반응으로 연준이 올해 다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남부도시 코퍼스크리스티를 찾아 허리케인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재난극복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현장방문은 동행한 멜라니아 여사의 신발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백악관에서 전용기를 탑승하러 가는 길에 굽이 높고 얇은 ‘스틸레토힐’을 신은 모습이 상심한 주민들을 만나러 가는 차림에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코퍼스크리스티에 도착한 뒤 비판을 의식한 듯 스텔레토힐 대신 흰색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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