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판매 절벽에 이어 공장 생산 중단 사태까지 맞은 현대차의 주가가 두 달 만에 상반기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연초 수준으로 밀려났다. 그 사이 시가총액도 1조5,000억원 이상 증발하면서 SK하이닉스에 2인자 자리를 내줬다. 지난 3월 사드 배치 이후 보복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당초 4·4분기에 생산량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현대차의 계획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주가도 게걸음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현대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0.69% 내린 14만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연속 약세를 지속했다. 가동중단 사태에 이르렀던 중국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며 낙폭을 줄이긴 했지만 하락세를 이어갔다. 5월23일 17만3,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고 미끄러져 다시 연초(1월2일 종가 15만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가 심상치 않다. 이날도 11만83주(154억원)를 팔았다. 외국인은 지난 3월 말까지 공격적으로 현대차 지분을 사들이며 보유지분율을 46.29%까지 끌어올렸다가 4월 이후 매도세로 돌아섰다. 4개월 동안 외국인은 332만주를 팔았고 지분율은 44.74%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매도와 현대차의 주가 부진은 사드 보복 조치에 따라 중국 내 한국 자동차 기피 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000270)의 올 상반기 중국 시장 판매량은 43만947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2.3%나 급감했다. 특히 판매부진 심화로 원활한 영업 현금 흐름 창출이 불가능해지면서 25일에는 납품대금 지연에 따른 중국 공장 올스톱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다시 재가동했지만 아직 대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베이징기차 측에서 대금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해주지 않는 것은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중국 판매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중국 베이징기차와 50대50 합자 기업으로 현대차만의 의사결정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시장 전문가들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 이슈로 악화된 현지 소비심리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선호도 증가에 따른 매출 반등 전까지 주가 부진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과거 센카쿠 이슈 발생 시 일본 업체의 중국 판매 회복은 7개월, 디젤 게이트 이후 폭스바겐의 글로벌 판매회복에는 11개월이 걸렸던 만큼 6개월간 실적부진을 겪은 현대차도 다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등 주요2개국(G2)의 판매실적 부진과 국내에서는 ‘노조 파업’이라는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하반기 실적 회복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당장 31일에는 현대·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선고가 예정돼 있다. 만약 패소할 경우 기아차는 최대 3조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현대차 역시 지분법으로 기아차 손실 반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판결 내용에 따라 단기 급등락이 존재할 수 있다”며 “4·4분기부터 신차 사이클을 기대해볼 만하지만 3·4분기에는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