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생리대 안전 문제를 제기했던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에서 톨루엔, 1,2,3-트리메틸벤젠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1종이 검출됐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 자료에 나온 검사 대상 항목은 휘발성유기화합물 17종과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등 18가지였다.
검사 대상 휘발성유기화합물 중 6종은 각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거나 양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미량만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독성생리대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는 30일 여성환경연대가 식약처에 제출한 시험자료를 공개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재작년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에게 생리대 독성 시험을 의뢰했으며 그 중 일부 결과를 올해 3월에 발표했으나, 당시에는 구체적인 업체명, 제품명, 검출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 교수팀은 당시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다회용 면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이 체온(36.5도)과 같은 환경의 20ℓ 체임버(밀폐 공간) 안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방출하는지 시험했으며, 모든 제품에서 독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인체발암가능물질’(그룹 2B)로 분류하고 생식독성도 있는 스타이렌은 11종 생리대에서 모두 나왔다. 검출량은 0.63에서 38.08ng(나노그램) 사이였다.
반면 IARC이 ‘인체발암물질’(그룹1)로 분류하는 트리클로로에틸렌과 벤젠은 11종 모두에서 불검출되거나 미량만 검출됐다.
구입한 직후의 면생리대에서는 일회용 생리대 5종과 팬티라이너 5종에서 나오지 않았던 사이클로헥세인을 포함해 휘발성유기화합물 11종이 나왔고, 다른 제품들보다 스타이렌이 많이 나왔다. 다만 물세탁하거나 삶은 면생리대에서는 유해물질이 현저히 줄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번에도 업체명과 제품명은 밝히지 않았다. 이 단체는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시험했고, 시험 목적이 제도개선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증위 관계자는 “이 시험결과는 여성환경연대가 직접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겠으나, 이 단체가 식약처를 통해 공개하는 방식을 원해, 제출받은 자료 그대로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검증위는 다만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팀의 시험은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검증위는 “상세한 시험방법 및 내용이 없고 연구자 간 상호 객관적 검증(peer review)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근거로 정부나 기업이 조처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생리대 접착제 논란과 관련, 국내외 생리대와 유기농·한방 등을 표방하고 있는 제품까지 조사한 결과 모두 스타이렌부타디엔공중합체(SBC) 계통의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BC는 IARC이 ‘인체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없음’(그룹 3)으로 분류한 물질로 미국에서는 식품첨가물로도 사용되고 있다.
식약처는 시중 판매 생리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조사가 마무리되면 업체명, 품목명,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량, 위해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식약처 시험은 생리대를 동결·분쇄한 뒤 가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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