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은, 기준금리 14개월째 1.25% 동결… '아직 때가 아니다'

8월 금통위, 기준금리 14개월째 연 1.25% 동결

북한 리스크로 높아진 불확실성, 회복세 둔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1일 기준금리를 14개월째 연 1.25%로 유지했다. 북한 리스크로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여전히 높은 가계부채 증가율도 부담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경기 상황의 뚜렷한 개선세’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6월부터 긴축 신호를 꾸준히 보내온 한은의 금리 인상 시점은 더 늦춰지게 됐다. 시장은 한은이 정부의 강도 높은 8·2 부동산대책과 다음달 중순 나올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내수 경기에 미칠 영향을 지켜본 뒤에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에서 또 한 번 묶은 데에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이달 초 불거진 북한 리스크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한은은 지난 28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과의 교역여건 악화 가능성 등이 불확실성 요인”이라면서 추경집행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성장률이 3%를 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실제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개월 만에 꺾였고,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 상반기 경기 회복세를 떠받쳐온 수출과 투자도 불안하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의 8월 ‘그린북’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5% 늘면서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선박과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품목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투자도 꺾였다. 이날 발표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6.1%, 운송장비 투자가 2.2% 줄면서 전월보다 5.1% 줄었다. 이는 올해 2월(-8.5%)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관련기사



8·2대책 이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의 이상 신호도 지나치기 힘들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 부문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7월 1년 전에 비해 30.8% 감소하면서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올해 사회간접자본예산(SOC)이 감소했고 건설사들도 주택 초과 공급 우려에 공급물량을 줄인 영향이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더해 내년도 SOC 예산이 추가로 깎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 경제성장률을 떠받쳐온 건설 부문의 냉기는 더 확대될 수 있다.

1,4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빚 부담도 여전히 크다. 한은은 국회 현안보고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은 급증세를 보였던 지난해보다는 낮아졌으나 예년 수준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의 부채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들 취약계층의 빚부담도 더 커진다는 우려가 금리 인상으로 가계빚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누른 셈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한미 간 금리역전에 따른 부담이 덜해진 것도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힘을 실었다. 시장은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지난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정책 관련 언급을 피한 데 대해 이같이 해석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시장에 들어온 외국 자본이 더 높은 금리를 좇아 유출될 위험도 줄었다고 평가했다.

빈난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