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복합쇼핑몰·아웃렛도 의무휴업 적용-반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복합문화공간 규제 아닌 혁신 필요한 때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과 아웃렛도 대형마트처럼 규제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현재 영업시간 및 의무휴일 적용을 받지 않는 복합쇼핑몰·아웃렛에도 같은 제한을 둘 방침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복합쇼핑몰 사업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정부 규제와 관련해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규제 찬성 측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보다 규모가 커 중소상인에게 타격을 주는 복합쇼핑몰 등을 당연히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의무휴업이 전통시장이나 주변 상권의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며 매장에서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소비자 편익만 감소시킬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형식상 임대업자라 하더라도 상품 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 대규모 유통업법 적용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돼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이 대규모 유통업 규제 대상이 될 경우 출점·영업시간, 의무휴일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특히 대형마트와 같이 주말 의무휴업일이 지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를 넘어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에 대한 규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정책 효과, 소비자 효용, 그리고 유통업 혁신이라는 관점이다.

먼저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에 대한 규제에서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정책적 효과의 문제다. 대형마트 규제와 동일하게 이번 의무휴업 검토도 재래시장과 중소상공인에 대한 보호가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형마트 규제의 효과성도 현재까지 검증되지 못한 채 논란만 반복되고 있다. 학자들의 규제 효과에 대한 연구 역시 엇갈리고 있다. 다만 연구에서 한 가지 일치하는 결론은 의무휴일과 같은 영업 규제만으로는 전통시장의 매출증대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이런 효과성 논란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의무휴업일을 변경하기도 했다. 충남 당진시 등 26개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했다. 재래시장 매출은 늘지 않는 상태에서 지역 주민들이 다른 지역 마트에 가서 구매하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에 대한 의무휴업 규제 역시 같은 효과성 문제를 안고 있다.


둘째, 소비자 효용의 관점이다. 이번 논란에는 복합쇼핑몰, 중소상공인, 그리고 소비자라는 세 주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러나 지금 논의에는 소비자라는 가장 중요한 주체의 효용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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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은 단지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판매 장소로서의 성격을 넘어 문화공간·휴식공간으로 진화한 지 오래다.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 단위로 방문해 식사하고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복합쇼핑몰의 이러한 성격은 한국을 넘어 태국의 ‘시암파라곤’ 같은 동남아시아의 쇼핑몰, 그리고 미술관·호텔·상업시설이 어우러진 일본의 명소 ‘롯폰기힐스’를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의무휴업일 지정은 소비자의 효용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다.

셋째, 유통업의 혁신이라는 관점이다. 지금 편의점과 온라인쇼핑 약진에 의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빈사 상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 7월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업체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인수 완료 후 평균 43%의 할인 판매를 개시했다. 이로 인해 홀푸드의 경쟁사인 월마트와 타깃코퍼레이션 등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오는 2020년이 되면 세계 최대의 소매업체는 월마트가 아닌 아마존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의 복합쇼핑몰은 이 같은 유통업의 혁신 과정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업체가 생존하기 위한 노력에서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복합쇼핑몰의 혁신’에는 혁신으로 대항하는 것이 맞지 혁신을 규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은 아니다.

혁신을 혁신으로 대항한 사례가 일본에 있다. 일본은 편의점 왕국이다. 하지만 거대 공룡 편의점을 공략하는 기업이 바로 ‘오리진 벤또’라는 도시락 전문점이다. 이 회사는 출점 전략으로 일본 최대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옆을 고집한다. 이미 세븐일레븐이 지역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다시 조사할 필요가 없고 세븐일레븐이 고객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샐러리맨들은 세븐일레븐에서 ‘오차(녹차)’나 커피를 사고 바로 옆의 오리진 벤또에 간다. 세븐일레븐 도시락은 즉석에서 밥을 퍼 담아주고 따뜻한 ‘미소시루(된장국)’를 주는 오리진 벤또를 당할 수 없다.

이런 사례는 한국에도 있다. 서울시 종로구 소재의 통인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전통시장인 통인시장은 조선 시대 엽전의 개념을 응용한 자체 통용 화폐를 만들고 이를 사용해 다양한 음식을 쇼핑하듯이 구매하는 도시락카페를 만들었다. 기존의 시장에다 ‘펀(재미 요소)’이라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개념을 결합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통인시장은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존이라는 대명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다. 유통에서의 공존은 규제가 아니라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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