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울경제TV][투데이포커스] 은행 감원 바람 속 어색한 채용 확대

[앵커]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시즌의 막이 올랐습니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고용 확대에 있다 보니, 공공과 민간 전 분야에서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려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채용 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오던 은행권도 이번 하반기에는 고용 확대에 동참하고 있는데, 한편에선 감원 칼바람이 여전해 어색한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에 정훈규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Q. 올 하반기에는 고용시장에 반가운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요. 은행권도 오랜만에 채용문을 활짝 열었다죠?

[기자]

네, 일부 시중은행이 지난해 두 배 수준의 채용 계획을 내놨고, 나머지 은행들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기조에 발맞춰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큰 폭으로 늘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우리·신한·국민·KEB하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어림잡아 1,400명 정도로 예상되는데요.

은행별로 살펴보면 기업은행이 곧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할 방침인데, 지난해보다 60명 늘어난 250명 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이번 주 초부터 일반직 공채 지원서 접수를 시작했는데요. 채용 규모는 지난해의 2배인 300명입니다.

지난해까지 상·하반기 두차례 일반직 공채를 진행한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한번만 새 직원을 뽑는데요. 채용인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난해 310명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밖에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하반기에 각각 240명, 150명을 채용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늘리거나 최소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Q. 신규 채용시장을 보면 은행들이 다시 고용에 적극적인 모습인데요.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감원 바람은 여전해서 앞뒤가 맞질 않아 보입니다. 최근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말 말 기준 국내 11개 은행의 직원수가 10만명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내 11개 은행 직원 수는 10만2,000명 수준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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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에는 약 9만8,000명을 기록해 반년 사이 4,000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에 더해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1,0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준비 중이고, 대규모 점포 정리에 나선 씨티은행도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 직원 수가 감소하는 것은 모바일 채널이 강화되면서 오프라인 점포 숫자가 갈수록 줄어드는데 따른 결과인데요.

지난해 말 약 6,200개였던 국내 11개 은행의 점포수는 올해도 200곳 넘게 줄어 최근 6,000개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은행 창구에 오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PC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경우가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손해가 나는 오프라인 점포를 은행들이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앵커]

Q. 영업점 일자리가 줄면서 기존 직원들은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부 눈치에 무리하게 일자리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앞으로 더 많은 금융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은행 직원과 점포 수 감소추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요.

바꿔 말하면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것 이외는 이번 하반기라고 해서 딱히 신규 채용을 늘릴만한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점포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이유로 기존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아 왔던 건데요.

은행이 제조업처럼 공장을 증설해 일자리를 확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뽑아 놨다가 몇 년 뒤가 됐든 언젠가 또 대규모 희망퇴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은행권은 현재도 직원들에 대한 승진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 문제도 더 꼬일 수 있습니다.

기존에 차장급 이상 직원 비중이 높은데다 점포가 줄어들면서 승진할 수 있는 지점장 자리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의 경우 노조에서 승진 적체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지점장과 차장 사이에 팀장 직급을 새로 만들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조삼모사 성격이 강한 대책이긴 하지만, 그만큼 승진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겁니다.

앞으로 지점장 자리는 더 줄어들 게 불 보듯 뻔한데, 대폭 늘려 놓은 채용 규모를 은행들이 나중에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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