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31일 통상임금 1심 선고에서 일부 패소하면서 현대자동차 그룹주가 동반 하락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인한 판매절벽, 공장 생산 차질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한 데 이어 통상임금 패소까지 겹치며 현대차그룹의 주가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차(000270)는 전 거래일 대비 3.54%(1,300원) 하락한 3만5,45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개장 직후 기아차는 소폭 상승했지만 오전10시 통상임금 1심 선고 패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수직 급락했다. 장중 한때 3만5,100원까지 떨어지며 3만5,000원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가 매섭다. 외국인은 이날 기아차 주식 194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기관이 장 후반 매수세로 돌아섰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는 그룹 계열사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현대차는 1.75%(2,500원) 하락한 14만500원에 장을 마치며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공장 생산이 차질을 빚은 데 이어 국내 악재까지 겹치면서 14만원선도 위태롭다. 외국인이 이날 162억원을 팔아치우는 등 6거래일 연속 현대차 주식을 매도했다. 현대모비스(012330)(-3.48%)와 현대글로비스(086280)(-1.59%)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들도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통상임금 패소가 향후 현대차그룹 주가에 장기적인 불안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자동차의 2·4분기 말 순현금(약 9,930억원) 규모를 감안했을 때 당장 재무적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이번 판결이 임금체계에 대한 기준점이 되면서 올해 노사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소송 결과가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미치게 될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주가에 불안요인이다. 통상임금 재판뿐만 아니라 중국 사드 문제 장기화, 미국 시장 침체 등 다른 위험 요인에 현대차그룹 주가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중국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판매 호조가 예상되지만 사드 문제는 장기간 영향을 미칠 것이고 미국 시장 침체도 이어지고 있다”며 “여러 부정적 환경이 남아 있어 주가의 상승폭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