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취업 등 사회진출을 할 때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인문학적 상상력입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이번 강의를 들으면 이해할 수 있게됩니다.”
1일 영신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박홍순 작가의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첫 시간. 박작가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상상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5회째다. 영등포평생학습관이 지역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한 이번 강연에는 도서반 동아리 학생을 포함해 신청자 약 40여명이 참가했다.
박 작가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이 강세를 보이는 정보화시대에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스토리는 사고력과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인문학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샤갈의 대표작 ‘도시 위로(1918)’, ‘에펠탑의 신랑신부(1938)’ 등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그림에서 이상한 곳이 없나요?” 학생들은 앉아서 듣기만하던 수업과 달라 처음에는 긴장하는 듯 조용했지만, 이내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얼굴에 표정이 없어요” 어느 학생의 대답에 박 작가는 그림을 유심히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색채의 마법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 출신 작가이지요. 프랑스에 주로 살았는데, 이 그림은 자신과 약혼자의 모습을 담았어요. 왜 얼굴이 우울할까요?” 질문은 계속됐다. 두 작품은 모두 세계대전과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박 작가는 사랑하는 연인과 하늘을 날아오를듯 행복해야 하는데 현실은 대량살상이 벌어지는 전쟁터였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면서 미술작품과 대화하면서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키워나가는 방법을 소개했다.
“책을 보거나, 그림을 감상할 때 두가지를 염두에 두세요. 첫번째는 ‘왜’라고 질문하기, 두번째는 과거와 다르게 생각하기 입니다. 작품을 자세하게 보면서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훈련을 하는 것이지요. 관련 지식은 시간날 때 마다 책을 읽으면서 틈틈이 쌓아야겠지요. 과거와 다르게 생각해야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힘은 거기서 나오는 것이지요.”
학생들은 학교 수업과 다른 강의에 졸음도 참으며 진지하게 빠져들었다. 이나현 학생은 “책으로 읽을 때는 지식만 흡수할 수 있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질문에 답을하게 되니까 생각을 나눌 수도 있어 좀 더 지식이 입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정하영 학생은 “예전에는 그림을 보면 색깔이나 구도 등을 감상하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그림을 자세하게 보게 될 것 같고, 궁금한 점이 떠오르니까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동진 학생은 “학교 수업은 짜여진 틀 같이 획일화된 것만 배웠는데, 오늘 강의는 창의적인 생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1학년 유인선 학생은 “인문학이 예술과 관계가 있는지 몰랐다”면서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보면서 인문학적 상상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고 참가 소감을 덧붙였다. 총 3강으로 이루어진 이번 강의는 1강. 상상력과 일상으로 인문학을 만나다, 2강.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떤 본성을 지녔는가, 3강. 삶과 성장, 죽음에 대해 성찰하다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생애 주기별 인문학 프로그램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과 3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강좌를 오는 12월까지 개설해 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