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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톡] “백번이고 천번이고” 위안부 소재 ‘귀향2’·‘아이 캔 스피크’·‘허스토리’

‘위안부’. 해결되지 않은 숙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한 많은 사연이다. 역사 속 가장 치욕스런 순간인 ‘위안부 문제’의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위안부 소재의 영화는 그간에도 종종 개봉해왔지만, 올해는 3편이 함께 관객들을 찾는다. 먼저 지난 2015년 KBS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특집극으로 방송된 ‘눈길’(감독 이나정)이 3월 1일, 삼일절에 뜻깊은 개봉을 했다.

‘눈길’은 일제강점기 말 일제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간 두 소녀의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그린 작품으로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가 시대가 낳은 처참함에 직면한 후 함께 아파하고, 서로가 살아낼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외롭고 힘든 순간을 견뎌내는 과정을 담았다. 이나정 감독의 섬세한 연출, 김향기, 김새론의 열연이 높은 완성도를 이뤘다.

오는 9월 14일에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감독 조정래)가 개봉한다. 지난해 개봉해 누적 관객수 358만 명(영화진흥위원회 기준)을 모은 ‘귀향’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호소하고자 두 번째 편까지 만들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 할머니들의 울분을 넘어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이었던 터, 대형 투자배급사 없이 7만 5270명의 후원으로 제작된 ‘귀향’은 이 여파로 관객들의 문제 각인 차원에서 관람이 독려됐고, 독립영화로서도 뜻깊은 성과를 이룬 작품이 됐다.

문제 해결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현 상황에서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또 한 번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귀향’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증언 영상을 더해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위안부 소재 영화가 줄곧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9월 개봉하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는 휴먼 코미디로 새로운 문제 접근법을 보인다. ‘아이 캔 스피크’는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할매 옥분(나문희)과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이야기.


위안부 할머니 옥분이 영어를 배운 뒤 미국 청문회에 가서 사건을 증언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이전에 없던 스토리와 장르적 시도로 웃음과 감동 모두를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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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일본에 승소한 판결 사례를 다룬 ‘허스토리’(감독 민규동)가 제작 소식을 알렸다. 김해숙과 김희애가 함께하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많은 법정 투쟁 중에 전무후무하게도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내 일본 사법부의 쿠테타로 불렸던 관부 재판 실화를 담는다. 9월 크랭크인해 2018년 개봉할 예정이다.



이전에 역시 ‘낮은 목소리’(1995), ‘그리고 싶은 것’(2013), ‘마지막 위안부’(2014), ‘소리굽쇠’(2014) 등 여러 위안부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올해 한중 합작 영화 ‘22’는 상영 10일 만에 1억 4405만 위안(한화 약 244억 원)의 수익을 거뒀으며, 캐나다 감독 티파니 슝 연출의 ‘어폴로지’는 일제강점기에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던 한국의 길원옥, 중국의 차오,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와 6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객관적인 시선에서 문제를 전했다.

이렇게 수많은 위안부 문제 언급이 있음에도 일본은 함구로 일관 중이다. 오히려 뻔뻔하리만치 2015년 일본의 위안부 강제 합의, 지난해 12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 배상 소장을 반송하는 등 아픔만 키우고 있다.

2003년부터 여러 차례 수요집회에 참가하며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던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는 결국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한 채 8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국내 34명, 국외 1명, 총 35명으로 줄었다.

피해 할머니들의 운명이 다한다고 끝날 일일까.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의 근시안적 태도는 우리에게 갈수록 큰 굴욕과 공분을 안긴다. 나머지 35명의 할머니가 생존한 지금, 일본은 면죄부 카운트다운에 돌입할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여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부쩍 늘어난 해당 소재의 작품들은 하나의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형태의 운동이자 경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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