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사, 로봇청소기 좀 켜줄래?”
아마존 인공지능(AI) 스피커 ‘아마존 에코’에 말을 걸자 전시장 한편에 있던 LG 로봇청소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별도의 손 조작 없이 사용자의 목소리만으로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시작한 것이다. LG전자가 내년 초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인 ‘웹 운영체제(OS) 스마트 TV’를 목소리로 조작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TV를 켜고, 채널을 바꾸고, 볼륨을 높이는 일 등이 모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능했다.
LG전자가 가전기기의 단순 연결을 넘어 음성인식 AI를 통한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7에서 LG전자는 구글·아마존 등 ‘외부 세력’과의 협업을 통해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모습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IFA가 열리고 있는 메세베를린 내 전시 부스에 200㎡ 규모의 ‘홈 사물인터넷(IoT) 존’을 마련했다. 60평형대 가정집을 그대로 재현해 실생활에서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번 IFA에서는 LG전자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의 협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공개했다. 아마존 에코에 대고 “알렉사, 에어컨 온도를 28도에 맞춰줘” “공기청정기를 켜줘” 등을 말하자 각 가전이 곧바로 반응했다. 리모컨을 찾기가 귀찮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가전을 조작하기에 편리해 보였다.
LG전자는 전통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구글과의 협업 범위도 넓히고 있다. 지난달 31일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LG V30’에 구글의 음성인식 AI 플랫폼인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서비스를 처음 적용했다. IFA에서는 구글과의 계약 문제로 한국어 명령을 시연하지 못했지만 오는 21일 한국 출시일부터 소비자들은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버전을 이용할 수 있다. 현지에서 영어로 V30에 “로맨틱 영화처럼 찍어줘”라고 말하자 LG V30이 자동으로 조리개 값 등을 조절했고 “넓게 찍고 싶어”라고 말하자 광각 카메라 모드로 전환했다. LG V30에 “오케이 구글, 공기청정기를 켜줘”라고 말하면 옆에 있던 LG 공기청정기가 작동했다. LG 스마트폰 하나로 스마트홈 구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LG전자는 구글·아마존과의 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4월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AI 스피커인 ‘스마트씽큐 허브’를 출시했고 7월에는 ‘언어 학습’ AI 에어컨과 공항안내 로봇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베를린=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