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북 6차 핵실험] 최대 외교 이벤트 '브릭스' 개막날 도발..."시진핑 체면 고의로 손상시켰다" 당혹

■대화론 무너진 中 반응

"동북지역 방사능 피해 없는한 원유공급 중단 말아야" 강조

북중 대립 전이 우려 나타내기도

북한이 올해 중국의 최대 외교 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개막일에 맞춰 핵 도발에 나서자 중국은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중국이 안방에서 중요한 국제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북한이 찬물을 끼얹는 ‘몽니’를 의도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베이징 관가의 달라진 시선이다.


3일 브릭스 개막 관련 방송을 쏟아내던 관영 중국중앙(CC)TV는 북한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오후 뉴스에 급하게 전하며 북한의 핵 도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브릭스 회의 개막행사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조연설에 나서는 이날 오후 비즈니스포럼에 앞서 북한이 6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한 것에 대해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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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고 정세 악화 행동을 중단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올해 중국이 특별히 공을 들인 브릭스 회의 개막일에 맞춰 북한이 핵실험에 나섰으니 중국은 북한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체면을 고의적으로 손상시켰다고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과거 중국의 중요 외교행사가 있을 때마다 미사일과 핵 도발에 나선 적이 많았다. 지난해 9월에는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데 이어 나흘 뒤 5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중국의 G20 행사 성과에 먹칠을 했다. 올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인 4월6일과 시 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포럼 개막식이 열리는 5월14일에 각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서면서 중국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과 대화 재개를 통한 해결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무력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대화론의 실효성에 대한 기대감은 허물어지는 분위기다. 중국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원유 공급 중단과 의류와 섬유 수출 차단 등이지만 이 같은 최후수단을 써버리면 추후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점에 중국 지도부는 미온적이다.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동북지역이 방사능 피해를 입지 않는 한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을 통해 북핵 문제를 북중 대립으로 전이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도부 교체와 맞물린 10월 19차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대북 외교전략을 급격히 수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국과 중국 매체들을 구체적으로 지명하며 중국의 대북 압박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비난전을 펼쳤다”면서 “중국이 원유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쓸 경우 북한은 중국과 무력대치하는 상황까지 감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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