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전달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전격 감행하면서 북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당초에는 북한이 각종 미사일 실거리 사격에 좀 더 집중하고 6차 핵실험은 최후의 도박이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이날 북한이 6차 핵실험이라는 초대형 도발에 나선 것은 실질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하루빨리 인정받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탄두 운반수단 운용능력을 추가 입증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게임의 룰’을 바꾸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①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번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각종 탄도미사일에 충분히 장착할 만큼 작고 가벼운 핵탄두를 만드는 능력을 갖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외교·안보 분야 당국자는 “파키스탄의 경우 핵실험을 6차례 하고 핵탄두 제조기술을 완성했다”면서 “지금은 당시보다 컴퓨터 등 개발에 필요한 기반기술이 발전한 것을 감안하면 북한 역시 파키스탄 수준은 넘어섰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8월2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실거리 타격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6차 핵실험으로 핵탄두 기술까지 입증한다면 북한은 주한미군 시설과 일본 오키나와, 괌 등 미국의 태평양 군사 요충지에 대한 핵 공격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도 북한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과 같이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단계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5개국만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만 국제사회는 3개국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②북미 평화협정 체결=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한반도에서 손을 뗄 것을 미국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북한은 거래의 판을 최대한 키워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들의 체제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해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해서 고도화시킬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시기는 핵·미사일 능력 완성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핵·미사일 보유를 인정받은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맺자고 미국에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핵을 빼앗기지 않는 상태에서 상호 불가침조약을 맺고 그들 입장에서의 체제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북한의 목표다. 이와 동시에 주한미군을 일본 등으로 철수시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없애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과거의 애치슨 라인과 같이 미국의 방위선이 일본으로 이동하게 된다.
③협상 주도권 확보=북한이 도발을 거듭할수록 미중 갈등이 심화한다. 북한은 이 같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앞으로도 북한의 핵·미사일 질주를 중단시키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력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 미국으로부터 제재당하는 것은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어서 세컨더리 보이콧 얘기가 나오면 미중 관계는 추가로 냉각된다.
아울러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호응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끊으면 북한 경제는 붕괴된다. 이로 인해 발생할 급변 사태와 북중 접경의 혼란은 중국이 원치 않는 일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중의 이해관계가 맞부딪치는 접점에 자리를 잡고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려고 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예측이다. 미중의 갈등이 심화할수록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커지는 구조여서 북한은 향후에도 아슬아슬한 핵·미사일 도박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