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잊혀진 '지누스 신화' 부활의 노래

80~90년대 텐트로 글로벌 호령

상장후 11만원대까지 뛰었지만

IMF 등 잇단 악재에 12년前 상폐

매트리스업체로 재기, 회생의 길

아마존서 베스트셀러 상품 되며

장외시장서 거래량·주가 껑충

일각선 "재상장 추진"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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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최초의 중국 법인 설립, 전세계 텐트 시장 점유율 35%. 중견기업 ‘지누스(구 진웅)’가 전성기인 1980~90년대에 세운 기록이다. 오르막길이 길었던 만큼 내리막길은 가팔랐다. 금융위기와 코스피 상장 폐지, 화의 절차 돌입과 중국 공장 화재의 악재가 잇따랐다. 하지만 지누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잊혀 졌던 지누스는 미국시장 판매 1위 매트리스 업체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식 장외주식 거래시장인 K-OTC의 8월 마지막주(28일~9월 1일) 거래금액은 총 85억1,975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달 29일 거래금액이 23억7,459만원으로 집계됐다. 평소 K-OTC의 하루 거래금액이 5~10억원, 많아야 1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작전 세력의 개입이 의심됐던 사례를 제외하면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K-OTC가 들썩인 이유는 지누스의 거래량이 급증해서다. 최근까지 하루 수백주, 많아야 1,000주 대에 불과했던 지누스의 거래량은 지난달 29일 3만3,000주를 넘어섰다. 주가 역시 지난 6월 1일 주당 5만400원에서 6만7,200원(1일 기준)까지 33% 가량 뛰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지누스는 지난 2005년 코스피에서 상장 폐지된 업체다. 1979년 ‘진웅기업’으로 설립된 후 주력제품이었던 텐트는 첨단 소재였던 폴리에스테르를 활용해 기능성을 높이며 1990년대에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35%로 점유율 1위였다. 해외 진출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1988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에 단독 현지 법인을 세웠고, 중국 공장이 위치한 푸젠성 샤먼시로부터 ‘외상투자 선진기술기업 1호’로 선정(1993년)되기도 했다. 텐트 시장 점유율이 65%까지 올라섰던 미국에선 주거래처인 월마트로부터 최우수 공급자상을 수상했다. 1989년 코스피 상장돼 한 때 11만2,000원의 최고가를 기록하며 우량주로 꼽혔다.


지누스의 신화도 1998년 외환위기에 무너졌다. 단기 차입금 비중이 높았던 탓에 고금리에 현금흐름이 흔들리며 1999년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인 워커그 핀커스에 지분 85%를 넘기고 5,000만달러(약 560억원)를 조달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듯 보였던 지누스는 정보기술(IT) 거품에 휩싸이며 자본 잠식에 빠졌고 2004년 화의절차를 개시하면서 이듬해 코스피에서도 상장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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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잊혀진 지누스가 매트리스 사업으로 다시 재기했다. 지난 2012년 중국 공장 화재로 잠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2014년 화의절차도 종료됐다. 특히 아마존 입점은 지누스에게 모멘텀이 됐다. 지누스의 제품은 지난해 말부터 아마존 매트리스 카테고리에서 당당히 ‘베스트셀러’로 검색결과 최상단에 올라 있다.

다만 최근의 거래량 증가와 주가 상승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투자자는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많지 않다보니 작전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작업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지누스가 12년간의 고난을 딛고 재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지누스 측에서는 “어떤 코멘트도 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지난해 말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80%, 125% 증가한 3,776억원, 796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전성기 지누스의 연매출은 2,000억원대였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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