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교직원공제회, ‘부동산자산관리’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논란

대기업 계열만 충족할 수 있는 '자본금' 기준 평가 항목에 포함

사무용 가구업체 선정 당시에도 대기업에 유리한 항목으로 비판 자초

교직원공제회가 서울 여의도에 신축 중인 교직원공제회관의 자산관리(PM)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평가 항목을 구성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앞서 신축 교직원공제회관에 들어갈 사무용 가구업체 선정 당시에도 시장지배력을 평가 항목에 포함시켜 대기업을 위한 맞춤형 발주를 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본지 8월 29일자 17면 참조)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최근 신축 중인 지하 5층~지상 27층, 연면적 8만 3,381㎡ 규모의 대형 오피스 건물의 자산관리 회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대기업 계열사와 독립계 회사, 외국계 회사 등 6~7곳이 입찰에 참여했으며, 이중 LG그룹 계열의 서브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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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애초 사업자 선정 기준이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짜여있었다는 점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자본금 규모에 따라 평가 점수를 달리했다. 자본금이 150억원 이상인 회사에 대해서는 5점 만점을 부여했으며, 100억~150억미만은 4.6점, 50억~100억원 미만은 4.2점, 20억~50억원 미만은 3.8점, 20억원 미만은 3.4점을 줬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PM 회사 중 자본금이 150억원을 넘는 회사는 서브원과 삼성그룹 계열의 에스원(012750) 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브원의 자본금은 258억원, 에스원의 자본금은 190억원이다. 이들을 제외한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와 독립계 업체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자본금 규모가 크지 않고 대부분 10억~20억원 수준이지만, 이들 회사들은 서울 광화문의 서울파이낸스센터와 역삼역의 강남파이낸스센터 등 대형 오피스 빌딩의 PM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오히려 PM 시장에서는 대기업 계열의 회사들의 실적이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PM사 선정 시에는 자본금 규모보다 PM사의 인력 구성 등 업무 수행 능력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지난 2015년 사학연금이 5개 건물의 PM사를 선정할 당시를 보면 자본금 규모는 평가 항목에 들어있지도 않았다. PM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관이나 운용사들은 PM사 선정 시 실적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반면 이번에 교직원공제회가 제시한 입찰 조건을 보면 대기업에 업무를 주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PM 시장은 수년째 수수료가 오르지 않았던 반면 업무량은 늘어나 갈수록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나오는 일감마저 대기업에 몰아주면 독립계 PM 업체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업계 전체 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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