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검토 '롯데' 임대료 납부방식 때문? '4조1400억원'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보복 여파로 중국 관광객(유커)이 급감했지만 높은 임대료 탓에 다른 면세 사업자들도 줄줄이 철수할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업권을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4일 전해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사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내년에는 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면세업계의 임대로 인하 요구는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이후부터 계속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유커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3% 줄었다. 유커는 면세점 매출의 70∼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면세점협회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공항 면세점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인천공항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3사 대표들이 직접 나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만나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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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알려졌다. 면세점 업계는 적자 구조를 알면서도 공항면세점에 입찰해 온 것. 국가의 관문인 만큼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 효과가 있는 데다 해외 면세점 입찰 시 공항면세점 운영 경험이 높은 점수로 작용하기 때문. 시내면세점에서 수익을 보전한다는 전략으로 공항면세점을 운영해 왔지만 최근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내면세점 역시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

롯데가 철수까지 고려한 데는 임대료 납부방식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인천공항 3기 면세점을 낙찰받은 롯데면세점이 5년간 납부할 임대료는 약 4조1400억원으로 알려졌다. 영업면적이 가장 넓어 신라면세점(약 1조4930억원), 신세계면세점(약 4330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더욱이 매년 균등하게 임대료를 내는 신라, 신세계와 달리 롯데는 3∼5년차에 전체 임대료의 약 75%를 지급하는 조건이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1위 롯데가 철수를 결정하면 다른 사업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에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대기업 3사와 중소중견업체인 SM, 시티플러스, 삼익, 엔타스 등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소중견업체 한 곳이 면세사업권을 반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철수를 강행하면 기존 사업자들도 철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바뀐 만큼 임대료 역시 조정돼야 한다는 게 면세점들의 요구”라고 전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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