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이 완화되면서 특히 적용 가능성이 높아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예고된 상황에서 분양가까지 떨어지면 조합원 수익이 줄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지연으로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강남권 신규 아파트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해 분양가격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는 것은 고분양가 아파트가 주택 시장 전반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8·2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를 발표하면서 “주변 집값보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격이 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적용이나 (분양보증 업무를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안정화 관리 조치를 통해 분양가격과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이 쉬워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신반포센트럴자이’와 같이 인기 지역에서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아파트에 수요가 몰려 청약 과열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국토부는 일부 지역에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 완화로 최근 주택 가격이 급등한 지역은 분양가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114와 한국감정원의 주택매매가격지수, 통계청의 물가상승률 등을 분석한 결과 당장 서울 12개구와 수도권 6개 지역, 지방 2개 지역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으로 조사됐다. 현 시점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택가격 상승률이 지난 3개월(6~8월)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0.7%의 두 배인 1.4%를 웃돌아야 한다. 서울에서는 서초(1.78%), 강남(2.39%), 송파(2.02%), 강동(2.18%) 등 강남 4구와 용산(1.63%), 성동(1.98%), 노원(2.43%), 마포(1.52%), 양천(2.0%), 강서(1.68%), 영등포(1.69%), 동작(1.71%) 등 12개 지역이 해당한다. 또 수도권에서는 성남시 분당구(3.49%)와 광명시(1.51%), 김포시(1.45%), 일산 3구 등 6개 지역이 포함됐다. 지방에서는 세종시(2.95%)와 대구 수성구(1.58%)가 요건을 충족했다. 이들 지역 중 분양가격·청약경쟁률·주택거래량 등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선정되며 투기과열지구와 마찬가지로 행정구역단위(구)로 지정된다. 박 실장은 “정량적 요건에 해당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주거정책심의를 통해 분양가 상승이 주변 지역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곳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되면 일반 분양주택의 경우 상한제 시행 이후 최초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주택부터 적용 받지만 정비사업은 상한제 시행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주택부터 해당되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일반분양 수익으로 비용을 보전하는 구조인데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면 조합원 수익이 줄고 사업성이 나빠지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 더군다나 내년 1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있어 일부 사업장에서는 아예 사업 추진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