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고객과 약속'부터 눈높이 맞춰라

KAIST 경영대 교수

<49> 추가 기능에도 우선순위 있다

고객 불편 개선한 제품 양산해 판매 연결

시장 검증 후 추가 기술개발 방향 잡아야



“대표님, 지난번에 개발 완료된 제품은 양산에 들어갔나요?”

“아. 그거요. 잘 나왔어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요. 이번에 기능을 추가해서 완성도를 높였거든요.”


“그 기능은 고객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인가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요. 이 기능이 있어야 확실히 차별화가 되거든요.”


스타트업을 많이 만나본 사람이라면 이런 대화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대표와의 전형적인 대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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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도 그랬다. 건축자재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난연재(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를 개발한 스타트업이었다. 기존의 난연재는 대부분 수입 제품이었는데 이 제품은 독성이 없는 친환경 제품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고 있었다. 제품이 나오면 곧바로 구매하겠다는 고객까지 만들어놓은 상태다. 이제 양산에 집중해 약속한 기능이 나오면 된다. 그런데 창업자의 눈높이가 고객 니즈를 넘어서 추가 기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했다. 그렇게 하면 보다 차별화되고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첫째, 고객이 원하는 것을 우선 제공할 필요성이다. 특히 기업 고객이 구매 주문을 했다면 상품성 자체는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일단 양산에 집중해 판매로 연결해야 한다. 정식 판매가 이뤄지면 그다음 고객을 만들기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면 고객들은 또다시 그들이 불편해하는 우선순위를 말해줄 것이다.

둘째, 양산 과정 하나를 제대로 완성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창업자의 경력, 제품의 특징에 따라 다르겠지만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드는 것과 양산 제품을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양산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생겨 애초의 기능이 모두 구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사이클이 제대로 돌았을 때 제품성이 검증되는 것이다.

셋째, 기능 추가와 매출은 별개일 수 있다. 사례로 든 난연재는 고객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독성 물질)을 해결하고 기존과 비슷한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고객 입장에서는 동일 가격에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게 될 테니 비교적 쉽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 기능이 포함되고 가격이 높아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기능이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고객의 의사결정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일단 고객이 구슬 목걸이를 원한다면 구슬 목걸이를 제대로 만들어보자. 현실은 이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제대로만 해내면 그다음부터는 진주를 꿰든 조개를 꿰든 더 좋은 것을 좀 더 여유 있게 만들 기회가 생길 것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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