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 소리꾼의 완창 판소리 ‘심청가’ 음반이 7일 발매된다. 총 3장의 CD로 완성된 이번 음반에서 배 소리꾼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음악적으로 가장 애절한 정서를 지녔다는 ‘심청가’의 기구한 등장인물들을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소리로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그의 지음인 김동원 고수의 명연 역시 담겨있다.
“소리에는 인간세상의 오만정이 담겨있다”는 배 소리꾼은 스물여섯 늦은 나이에 입문해 7년간 지리산에서 독공(獨功)수련을 한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1989년부터 성우향, 강도근 등 판소리 대가들에게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를 사사한 그는, 1995년 돌연 입산을 결정했다. 지리산 한복판에 초막을 지어, 폭포 앞 바위에 의석대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매일 20시간씩 소리를 했다. 잠들기 전 3시간은 고서와 인문학 서적을 읽었다는 그는 “판소리의 사설, 장단, 발성, 호흡 하나하나 모두 선조들이 발견한 우주의 질서”라고 했다.
이번 음반의 녹음은 경주시 손곡동에 위치한 한옥 ‘종오정’에서 진행됐다. 스튜디오처럼 닫힌 공간과는 달리, 한옥에서 녹음을 진행한 만큼 새소리, 까마귀소리, 개구리소리 등 생명들이 어우러진 소리가 함께 담겼다. 음반의 소리와 함께 시간의 흐름이 담기는 주변의 자연 소리 변화는 ‘심청가’의 사설 속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배 소리꾼은 7년간 지리산 독공 중 출연한 다큐맨터리 영화 ‘땡큐, 마스터 킴(Intangible AsNumber 82, 2008)’을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프로젝트 그룹 ‘CHIRI’를 결성, 국악과 재즈를 접목한 공연을 선보였고, 호주·미국·터키·일본 등에서 40회 이상의 공연과 강연을 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완창에 대해 “소리꾼에게 완창 녹음은 인생 최고의 영광”이라며 “나이 50이 넘어 소리세계를 성찰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