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통신시장 어지럽히는 장본인은 정부 아닌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이동통신 3사 대표들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나 “시장이 혼탁해지지 않도록 소모적인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이용자 편익 강화를 위한 요금과 서비스 경쟁에 집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또 알뜰폰, 중소유통점 등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고 한다. 공정한 통신시장 경쟁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혼탁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걸핏하면 요금 결정에 끼어들어 시장을 어지럽히는 장본인은 역대 정부이지 않았는가. 특히 새 정부 들어 정도가 심하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며 기본료 폐지를 밀어붙이더니 여의치 않자 각종 행정처분을 동원해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확대했다. 선택약정 같은 요금 결정은 엄연히 고객과 기업 간의 계약인데도 정부가 개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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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여준 행태는 시장 왜곡의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짐작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국정기획위는 요금인하 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부처 업무보고마저 거부하고 이통사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통신요금부’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장관까지 나서 쉴새 없이 요금인하를 압박했다.

이통 업계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방침을 따르기로 했는데도 정부는 추가 요금인하 요구를 여러 경로를 통해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고도 무슨 염치로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돼달라고 업계에 당부하는지 의문이다. 5G 구축 등에는 수조~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을 내리라고 다그치는 것은 투자를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 당장 정부가 할 일은 요금개입을 그만두고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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