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공항면세점 위기 '순망치한' 교훈 되새겨야

심희정 생활산업부 차장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7개 사업자로부터 거둬들인 임대료는 무려 8,656억원. 이는 지난해 공사의 매출(2조1,860억원)의 39.6%에 달한다. 특히 비항공수익(1조4,174억원) 가운데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상업수익의 71.1%가 바로 임대료일 정도로 인천공항은 면세사업자의 임대료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인천공항공사가 최근 면세점 임차료 문제로 시끄럽다. 롯데면세점을 비롯한 면세점 업계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으니 한시적으로나마 임대료를 내려달라는 입장이고 공사는 국가계약법을 이유로 타협의 의지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직접적 이유는 사드로 인한 면세점 주 고객인 유커의 감소지만 들여다보면 우후죽순 허가된 시내면세점 후유증 때문이다. 갑자기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치열한 입찰 과정을 겪었고 공항면세점 확보를 위해 무리한 베팅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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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항면세점은 한국의 관문으로서 관광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플래그십스토어의 개념으로 홍보 부스 역할을 할 뿐 수익사업이 아니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공항은 매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은 시내면세점을 통해 메우는 사업구도였다. 하지만 지난 2년여에 걸쳐 시내면세점이 과도하게 허용된 가운데 과거의 수익구도는 면세점 매출을 견인했던 유커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아 붕괴되면서 공항 면세점의 적자를 보전할 방법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물론 입찰금액은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써낸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불평할 자격이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2015년 3기 면세사업자 선정 당시 무리하게 임차료를 써냈던 롯데면세점의 경우 매년 30% 성장하면 5년간 임대료로 약 4조원을 감당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 사이 특허수수료율은 최대 20배 가까이 올랐고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등 불가항력적인 초강력 규제와 같은 돌발변수들이 새로운 족쇄로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수익보다 임대료가 높아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던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공사와의 임대료 조정 불발로 급기야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고 면세사업부를 축소했다. 이어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검토’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적자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면세점들의 도미노 이탈 현상도 예고된다.

면세점의 실적 악화는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결국 국가 경제에도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될 것이 뻔하다. 당장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앞두고 국가 관문의 불이 꺼진 채 각국의 손님을 맞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입술이 없으면 이도 시리다. 면세점들이 살아야 인천공항도 사는 법이다. 공항 운영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면세 업계의 애로를 감안해 합리적인 임차료 조정이 필요하다. /yvette@sedaily.com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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