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만추’ 등을 연출했고, 영화배우 탕웨이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김태용 영화감독(48)이 국악과 영화가 만나는 새로운 공연을 연출한다. 김 감독은 최근 ‘꼭두’ 제작발표회에서 “영화를 제작하던 도중 우연한 기회에 국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면서 “이 이상한 기운을 관객들에게 전달해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0월4일부터 22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꼭두’는 할머니의 꽃신을 찾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해 저승길목에 들어선 남매의 여정을 담은 공연이다. 상여의 부속물을 뜻하는 꼭두는 서양 종교의 천사처럼 현실과 저승을 연결하는 존재로, 과거에는 인형의 순우리말로도 사용됐다. ‘꼭두’는 길잡이꼭두, 시중꼭두, 무사꼭두, 광대꼭두의 네가지 캐릭터로 등장하며, 이들은 무대 위에서 음악과 노래, 춤으로 위로와 희망의 정서를 대변한다.
김 감독은 지난해 무주산골영화제에서 고전영화와 판소리를 접목시킨 ‘2016 필름 판소리 춘향뎐’을 소개한 바 있다. 올해 역시 ‘꼭두’뿐 아니라 흥보가를 중심으로 한 ‘레게 이나 필름, 흥부’를 발표하는 등 국악과 영화를 결합한 실험적인 시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김 감독은 ‘꼭두’라는 소재로 공연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저승사자나 천사가 무섭게 인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인형과 사람들이 살아서 받았던 그 어떤 대접보다 황공하게 저승으로 데려가는 것 그 자체가 묘하게 울렸다”며 “국악이 가지고 있는 초월적인 느낌이 ‘꼭두’가 가지고 있는 예술가의 삶에 대한 위로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밝혔다.
공연은 무대 위 스크린에서 전남 진도에서 촬영한 30여분 분량의 단편영화가 상영되는 가운데 진행된다. 영화가 흐르는 가운데, 무대에서는 연극과 무용이 만나 영화, 무용, 연극, 국악 콘서트가 함께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진다. 김 감독은 “영화가 따로 상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것과 함께 흐르는 통합적인 것”이라며 “국악에 대해 잘 몰라도 재미있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라 말했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영화 ‘라디오스타’, ‘사도’ 등에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했던 방준석 음악감독이 맡았다. 방 감독은 “국악은 과거만의 것이 아닌, 지금 현재의 음악”이라며 “국악은 내몸 깊숙이 침투된 선율이며 동작”이라 강조했다. 누나 ‘수민’ 역에는 ‘부산행’과 ‘군함도’에 출연한 아역배우 김수안이, 시중꼭두역에는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영화배우 조희봉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