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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수' 임무는 완수…이젠 '신태용의 축구' 만들어라

[9회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시작된 申의 고민]

담금질 시간 9개월에 불과

'베테랑의 품격' 이동국·염기훈

U20서 호흡 이승우·백승호 등

안정과 변혁 최적조합 찾아야

기성용·손흥민 페어 부활도 기대

29일 대표팀 소집…내달 평가전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6일 우즈베키스탄 원정 0대0 무승부로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기념 현수막을 펼쳐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6일 우즈베키스탄 원정 0대0 무승부로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기념 현수막을 펼쳐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러시아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9개월. 그러나 9개월을 온전히 담금질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 소집은 리그 일정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 발을 맞출 시간은 그보다 훨씬 적다.


7일 우즈베키스탄에서 귀국하는 신태용 대표팀 감독의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급한 불을 끄러 출동한 소방수로서 최종 예선 2경기를 무실점 무승부로 마무리,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임무는 완수했지만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대한 걱정은 여전한 상황이다. 변화폭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기에는 보여준 게 너무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새판을 짜기에는 시간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8년 만의 월드컵 16강이라는 새로운 목표 앞에 선 한국 축구는 안정과 변혁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위한 깊은 고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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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염기훈 월드컵 밟을까=6일 우즈베키스탄전(0대0 무, 3위 시리아도 이란과 비기면서 한국은 2점 차 조 2위로 본선 직행) 이후 축구팬들 사이에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이 바로 이동국(38·전북)과 염기훈(34·수원)이다. 짧은 출전 시간에도 강렬한 존재감으로 ‘베테랑의 품격’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후반 33분에 투입된 ‘맏형’ 이동국은 크로스바를 맞히는 헤딩 등 3개의 슈팅을 곁들이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열일곱 살 어린 황희찬(잘츠부르크)과의 공격 호흡도 돋보였다. 영국 BBC는 6일 본선 진출을 확정한 8개국 주요 선수를 소개하며 이동국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후반 18분에 들어간 염기훈은 주특기인 왼발을 앞세운 시원시원한 크로스와 저돌적인 돌파로 단숨에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염기훈과 이동국은 대표팀이 안 되는 부분을 벤치에서 파악한 뒤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줬다. 더 좋은 기회를 엿보기보다 일단 크로스를 올리고, 일단 슈팅을 날렸다.

둘은 과거 월드컵 본선에서 쓴맛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 이동국은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에서 1대2로 뒤진 후반 막판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다. 빗물 때문에 슈팅을 정확히 때리지 못했고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굴러갔다. 염기훈은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날렸다. 월드컵 본선 무대가 더 간절한 이유다.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희망을 보였다고 해서 월드컵을 밟는다는 보장은 없다. 아직 쓸 만하다는 눈도장만 찍었을 뿐 진짜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주 말에 재개될 K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가 오는 29일 대표팀 소집에 뽑히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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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뛰면 손흥민도 살아날까=‘공수의 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이란전에 이어 최종전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6월 무릎 수술 뒤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성용의 빈자리는 컸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미드필드에서 한두 번의 날카로운 패스가 막힌 혈을 뚫는 법인데 기성용이 담당하는 그 역할을 대신해줄 대체자가 보이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장현수(FC도쿄)에게 비슷한 역할을 맡겼으나 부상으로 일찍 교체됐고 그를 대신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도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갈 기성용은 차차 출전시간을 늘리며 정상 컨디션에 다가갈 계획이다. 예상대로면 이달 말 소집 때는 풀타임을 뛰는 데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이 돌아오면 7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활용도도 더 분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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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백승호에게 쏠리는 관심=1998년 1월생 이승우(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와 1997년 3월생 백승호(스페인 3부리그 지로나B)는 내년이면 각각 스무 살, 스물한 살이다. 성인 월드컵을 뛰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그동안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물론 지금의 신태용 감독도 이 둘의 성인 대표팀 발탁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미뤄왔지만 이제는 카드를 꺼내볼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6월에 끝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신태용 감독의 지휘 아래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목표로 했던 8강·4강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강팀들을 상대로 기죽지 않는 공격 축구로 16강에 진출, 팬들의 눈을 ‘호강’시켰다. 이승우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과감한 드리블, 백승호의 넓은 시야와 패스 센스는 지금의 월드컵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재능이다. 1996년 1월생인 황희찬이 유럽 1부리그에서의 맹활약으로 대표팀 주축으로 자리 잡았듯 이승우와 백승호도 소속 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면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FC바르셀로나의 규정 위반 탓에 출전 금지 징계에 묶여 있던 이승우와 백승호는 최근 나란히 팀을 옮기면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U-20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은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새 소속 리그에서 자리를 잡을 경우 자연스럽게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달 말 다시 모일 대표팀은 다음달 2~10일 중 아프리카 팀과의 유럽 원정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고 11월6~14일에 다시 소집돼 평가전을 벌인다. 이어 12월8~16일 도쿄동아시안컵에서 북한·중국·일본과 기량을 겨룬 뒤 한 해를 마무리한다. 월드컵 개막은 내년 6월14일이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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