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사드 추가배치 후폭풍] 롯데마트 "11월이 고비"...면세점·화장품은 中국경절 마케팅 손놔

■사드보복에 업계 사면초가

롯데 "보복 지속 땐 자금력 없어"...中사업 매각 등 검토

면세점업계 "제재 풀려도 반한감정 남아 피해 3년 갈듯"

빙그레·농심 등도 中통관 기준 변동 대비 수출물량 조절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4기가 추가로 배치된 다음날인 8일 오후2시께 명동.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단골 코스였던 화장품 거리에서 중국어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명동 거리에서 찾기 어려운 중국인들은 롯데백화점 면세점에서나 몇 명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선전에서 온 직장인 유모(26)씨는 “어제 사드가 추가로 배치된 것을 대부분의 중국인이 알고 있고 사드 배치가 완료됐다는 점에서 이전 상황보다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드 추가 배치로 한중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로 치달으면서 중국 사업이 한계에 부딪힌 유통 업계의 ‘도미노 엑소더스 차이나’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중국 현지에서 철수하거나 점포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비롯해 상당수 업체들이 국경절 특수 마케팅을 포기하는 등 사드 보복 정국 장기화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기업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모습이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이 올해를 넘길 경우 국내 유통기업의 중국 사업은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쪼그라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통 업체 “11월이 분수령” 구조조정 카드 만지작=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마트는 “사업 철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다음달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일종의 분수령으로 보고 이후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집권이 연장될지 여부와 중국 지도부의 대거 교체 가능성 등 정치적 사안이 바뀔 수 있어서다. 그러나 만약 당대회가 끝난 11월 이후에도 사드 보복이 계속될 경우 롯데마트는 월평균 900억원 안팎의 손실을 감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마트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언젠가 영업재개 시점이 올 것을 대비해 임대료는 물론 직원 임금의 70~80%를 수익도 없이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2차 자금이 소진되는 올해 말과 내년 초 이후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한다. 더 이상의 자금 수혈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회생이 불가한 점포는 정리하겠다는 게 롯데그룹의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대회 이후 주석의 언급에 따라 롯데그룹 차원에서 일부 자산 매각이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중국 사업 구조조정을 위한 시나리오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사기로 면세점·화장품은 장기전 돌입 및 마케팅 축소=높은 임대료와 30% 이상씩의 매출 감소로 위기에 몰린 면세점 업계는 생사기로에 처했다. 올 3월 당시만 해도 사드 보복 여파가 짦으면 올해 안, 길어도 1년까지 예상했지만 제재가 풀리더라도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그 피해가 3년까지도 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액의 임대료와 특허수수료까지 면세점의 발목을 잡아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해당 공사는 협상할 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다. 매출 기반이 약한 중소·중견 면세점의 경우 조만간 수익 악화로 문을 닫을 위기에 있는 것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관광시장 다변화, 해외진출 확대 등은 사실 대안이 아니다”라며 “전체 매출 비중의 70%가 중국인 관광객인 상황에서 아무런 대안도 없고 출구가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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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체들은 사드발 혹한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3월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 마케팅 활동을 축소하고 있다. 일부 화장품 업체는 이미 한류 스타 광고물을 이미지로 교체하고 예정했던 메이크업쇼 등을 중단했다. 아모레퍼시픽 등은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해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의 1인당 구매 한도를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7,000억원 눈앞에서 사라져…국경절 마케팅은 없다=다음달 1~8일이 중국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국경절과 중추절이라 예년 같으면 7,000억원 이상의 특수를 누렸을 테지만 대다수 유통업체들은 올해는 일찌감치 이를 포기하고 마케팅 자체를 취소했다. 중국에 바나나맛우유를 수출하고 있는 빙그레는 중국 당국의 통관 기준 변동에 따라 수출량 등 관련 사항들을 조절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 농심도 국경절 연휴에 특별한 마케팅 활동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경절·중추절 연휴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일단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고만 있다”고 털어놓았다.

화장품업계는 반한 감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중국 현지 마케팅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심지어 몇몇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은 아예 국경절 마케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희정·윤경환·변수연기자 yvette@sedaily.com

심희정·변수연·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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