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도박사이트 운영자·홍보팀·헌터까지…모두 ‘한통속’이었다

인터넷쪽지로 '전문사냥꾼' 연락 와

일러준 내용대로 베팅했더니 10배 수익

알고보니 운영진 등 모두 사기일당

일년 간 2,400명에게 16억 뜯어

이씨 일당이 직접 만들어 운영한 ‘먹튀’ 도박사이트의 홈페이지 모습,/사진제공=서울 서부경찰서이씨 일당이 직접 만들어 운영한 ‘먹튀’ 도박사이트의 홈페이지 모습,/사진제공=서울 서부경찰서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뒤 운영진·홍보팀·헌터(사냥꾼)의 역할사기극을 벌여 총 16억원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서부경찰서는 지난해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약 1년 6개월 간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내부 정보를 은밀히 거래하는 것처럼 꾸며 총 2,400명에게 16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이모(41)씨 등 7명을 검거해 지난달 18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이씨 일당은 도박사이트 3개를 개설한 뒤 인터넷 블로그·카페·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쉽게 돈을 벌 방법이 있으니 카톡으로 문의하라”는 쪽지를 보냈다. 주로 부업·육아 카페를 통해 인터넷 사용은 많으면서도 도박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2~30대 주부를 노렸다. 또한 현행법상 불법인 도박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하면 피해자들이 처벌을 두려워 해 신고를 꺼리는 점도 악용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게시글을 보고 연락해 오면 사이트 운영진과 상관 없는 ‘개인 사냥꾼’ 행세를 했다. A씨는 “도박사이트에서 공개하는 베팅결과(유출픽)를 미리 알고 있다. 이걸로 나 혼자 돈을 벌고 싶은데 한 아이디로 계속 베팅하면 운영진에게 덜미가 잡힌다”며 어쩔 수 없이 요청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내가 대리베팅해서 10배 이상의 고수익을 내 주겠다”고 속였다.


피해자가 이를 믿고 사이트에 접근하자 이들은 역할을 바꿔 다시 ‘운영자’가 됐다. 이들은 피해자가 가입신청을 하면 승인해 주고 투자금을 입금하면 사이트상 고수익이 창출된 것처럼 조작 입력했다. 피해자들이 돈을 땄다고 기뻐하면 이들은 “금액을 환전하려면 환전 수수료 20%를 입금해야 한다”, “시스템 오류로 금액을 100단위로 맞추지 않으면 환전이 불가능하다”는 공지사항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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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홍보팀’은 스카이프, 텔레그램 등을 통해 A씨 등과 실시간 대화로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피해자들이 출금 문제로 사이트 홍보팀에게 연락을 해 오면 이들은 “해당 사이트는 실제 도박사이트며, 사이트의 운영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속였다.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홍보팀, 사냥꾼이 같은 일당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수 차례에 걸쳐 50만원부터 2,000만원까지 입금했다. 이들 일당은 돈을 다 받아냈다고 판단하면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경찰은 도박사이트에 소속된 홍보팀과 대포통장 모집책을 추가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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