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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韓日문제 넘어 미래 전쟁을 향한 경고

“그 사람들은 생리고 뭣이 고가 없어요. 무슨 짐짝 끌어가듯 끌어가서 자기들 마음대로 쓰고 싶으면 쓰고, 병이 나면 죽여 버리고...”

“어떻게 칼로 생사람, 산사람 세워놓고 칼로 쨉니까. 숨이 넘어가면 저 큰길에다 갖다 시체를 버리는 거예요. 개 뜯어먹으라고.”


“하혈을 자꾸 하더라고요. 하혈을요.”

/사진=커넥트픽쳐스/사진=커넥트픽쳐스




‘귀향’이 인권문제, 전쟁범죄에 맞서기 위해 두 번째 편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으로 더욱 힘을 실었다.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감독 조정래, 이하 ‘귀향2’)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또 한 번 기렸다. 지난해 초 같은 소재 ‘귀향’을 개봉했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을 향해 단 일보(一步)도 전진하지 못했다. 이에 조정래 감독은 두 번째 편으로 재차 문제를 상기시켰다.

‘귀향’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극적 기록이었다면, 이번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귀향’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해 만들었다. 그래서 전편보다 다큐멘터리 성향이 강하며 그들의 아픔을 훨씬 크게 체감할 수 있다.


두 편의 ‘귀향’을 관통하는 메시지와 정서는 같다. 정신적, 신체적 외상을 앓다가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기억하는 것, 그나마 현재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의 마땅한 사죄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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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커넥트픽쳐스/사진=커넥트픽쳐스


‘귀향’은 지난해 개봉 당시 17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358만 관객을 동원했다. 7만 5270명의 후원자가 함께 했으며, 지난 1년간 전 세계 10개국 61개 도시에서 1300여 회의 상영회를 가졌다. 일종의 ‘운동’과 다름없었다.

최근까지 약 1300회의 정기 수요 시위가 현재 진행 중이며 평균 연령 90.6세의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단 35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기는커녕 진심 어린 반성, 사과 없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할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운명이 다해 참상이 묻히기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마지막 사죄의 기회라 여겨야겠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영화계는 최근 들어 관련 소재의 영화들을 부쩍 많이 제작하고 있다. 동시기 개봉작 ‘아이 캔 스피크’를 포함해 ‘눈길’, 한중 합작 영화 ‘22’, 캐나다 감독 티파니 슝 연출의 ‘어폴로지’가 있다.

이 가운데 ‘귀향2’는 나눔의 집과 논의를 통해 피해자들의 고증을 거치는 작업에 가장 중점을 뒀다. 그러면서 ‘귀향’의 다양한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나이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소녀들에 투영해 본 엔딩 장면이 큰 울림과 여운을 준다.

다만 중간 중간 삽입된 ‘아리랑’ 합창 준비 장면이 영화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굳이 넣었어야 했나’라는 느낌이 든다.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귀향’ 내용의 재조명 딱 2가지로 초점을 맞췄다면 메시지 전달이 훨씬 강력하게 됐을 것 같다.

‘귀향’의 배경은 일제강점기이지만, 메시지의 범주를 단지 한일관계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 전쟁이 만들 수 있는 괴물, 특히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성 노예 문제, 인권 유린 같은 ‘전쟁범죄’를 경계하는 차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귀향’은 결국 미래전쟁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작용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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