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문 대통령, 北 도발로 사드 배치 불가피성 강조… 임시성 언급해 철수 여지 남겨

■사드배치 양해 구한 文대통령

참모들도 예측 못 할 만큼 고심

지지율 추락 등도 영향 미친 듯



국방부가 성주기지에 주한미군용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전격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지난 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러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곧이어 국방부가 사드를 7일 배치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즉각적인 공식 입장표명을 자제했다. 침묵은 8일 오후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다 당일 오후8시47분께 갑자기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자료가 배포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대통령 사드 입장 메시지가 주말을 앞둔 저녁에야 돌연 배포된 후 기자단이 그 배경을 묻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조금 전에 결정하셔서 미리 (메시지 배포 일정을) 알려드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주요 참모들도 시점을 예단하지 못할 만큼 문 대통령이 막판까지 타이밍을 재다가 결정을 내렸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그만큼 메시지의 내용과 시점에 대한 대통령의 고심이 깊었음을 알 수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양분된 국론을 최대한 법적 절차와 민주적 소통을 거쳐 조정해가면서 결정하려던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불가피하게 임시배치를 앞당겨 결정하게 됐으니 문 대통령으로서도 그 배경을 어떻게든 국민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지 고민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60%대로 떨어진 점도 더 이상 입장표명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결단을 내리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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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고심은 이날 내놓은 메시지 곳곳에 녹아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음을 강조하며 그럼에도 북한이 우리 정부의 요구와 경고를 묵살한 채 탄도미사일과 6차 핵실험을 감행했음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우리 안보상황이 과거 어느 때보다 엄중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문 대통령은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이번은 임시배치임을 수차례 언급했다. “안보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한 임시배치”라는 것이다. 사드 최종 배치 여부는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는 약속도 곁들여졌다. 이는 국내적으로는 사드 배치 반대여론을 달래며 밖으로는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차원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앞으로 북한과의 갈등 국면이 완화, 해소되고 핵 및 탄도미사일 위협을 해소하는 데 합의가 이뤄지면 이에 발맞춰 사드 철수를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메시지가 미국에는 한미동맹 간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빌미를 줄 수도 있어 앞으로 문 대통령의 추가 한미공조 메시지도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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