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은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사진)의 영화 ‘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에 돌아갔다.
미국 영화배우 애넷 베닝이 이끄는 제74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영화제 폐막일인 9일 영화제의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 수상작이 델 토로 감독의 공상과학(SF) 로맨스 영화 ‘더 셰이프 오브 워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미국 정부의 외딴 실험실에서 일하는 한 언어장애인 여성이 그곳에 숨어 있는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사회의 불평등과 기후 변화에 대한 은유를 담아 영화제 기간 내내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 황금사자상에 이은 심사위원 대상은 이스라엘 감독 사무엘 마오즈가 연출한 ‘폭스트롯(Foxtrot)’이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영화 ‘한나(Hannah)’에서 열연한 영국 배우 샬럿 램플링이, 남우주연상은 ‘더 인설트(The Insult)’의 주인공 카멜 엘 바샤가 각각 차지했다.
1932년 시작돼 국제 영화제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베니스영화제에 올해는 21개 작품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비경쟁 부문, 베니스클래식, 오리종티 등의 부문에서 총 90여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이 한국영화로 처음 출품된 이후 1987년 ‘씨받이(감독 임권택)’로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02년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 특별감독상을, 문소리가 신인배우상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베니스영화제는 한국과 꾸준한 인연을 맺어왔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출품작을 내지 못했다. 장동건·김명민·이종석 등이 출연한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지만 국내 개봉 일정과 맞물려 결국 출품이 무산됐다.
다만 김진아 감독의 가상현실(VR) 영화 ‘동두천’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VR 스토리(Best Virtual Reality story) 상을 받았다. 이 상은 VR 경쟁 부문 중 일반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한 VR 극장 부문에 주어지는 최고상이다. ‘동두천’은 1992년 미군에 의해 살해당한 한국 여성 성 노동자에 대한 12분 길이의 VR 다큐멘터리다.
사진=연합뉴스·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