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로터리] 꽃으로 전하는 마음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대부분 꽃에는 ‘꽃말’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동식물과 달리 이름 외에 꽃말을 따로 가진다는 것이 이채롭다. 개나리는 ‘희망’, 해바라기는 ‘기다림’, 수선화는 ‘자존심’ 등 꽃말은 다양한 꽃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심지어 같은 꽃이라도 색깔에 따라 꽃말이 달라지기도 한다. 빨간 장미는 ‘열렬한 사랑’을, 흰 장미는 ‘순수’나 ‘새로운 시작’을, 노란 장미는 ‘우정’이나 ‘변치 않는 사랑’을 의미하는 식이다. 이러한 꽃말을 보면 오랜 세월 동안 인류가 꽃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만 1년이 다가오고 있다. 농식품업계와 외식업계의 피해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화훼업계의 매출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 중인 화훼공판장의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 후 3개월 동안 난류 거래액이 전년 대비 29%나 급감했다. 평생 종사해온 화훼업을 접고 다른 업종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화훼 매출이 급감한 근본적인 원인은 경조사 위주의 소비패턴이다. 우리나라는 일상생활에서 꽃 소비가 매우 부진하다. 화훼산업 침체를 야기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지만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aT가 정부·국회 등과 함께 사무실 책상마다 꽃을 비치하는 ‘원테이블 원플라워(1table 1flower)’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경조사 위주의 꽃 소비를 일상생활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캠페인에 참여한 많은 기업들이 “딱딱하고 삭막한 사무실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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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과 병행해 서울 양재동 꽃문화체험관에서 꽃꽂이 교육, 원예체험 등 일반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실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슈퍼마켓 등 기존 생필품 소매점에 꽃 판매 코너를 마련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쉽게 꽃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늘렸다. 청탁금지법 허용금액 이내의 화훼상품을 개발·보급해 꽃 선물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회사·가정·학교 등 일상생활에서 꽃을 가까이한다면 자연과 멀어진 많은 도시민들이 심리적 안정과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송이 꽃으로 전하는 마음이 더 크게 와닿을 때도 있다.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꽃이 대신 전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꽃말은 사람들이 차마 말로 건네기 어려운 진심을 꽃으로 전달하면서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를 위해 꽃을 선물하는 여유롭고 향기로운 습관이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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