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순익 대신 총매출로 과세"…美 IT공룡에 칼 빼든 EU

조세회피 방지 '평형세' 신설

15~16일 재무장관 회의서 논의

佛·獨 등 주도…세율 2~5% 될 듯

아일랜드·룩셈부르크 등 반발 변수





유럽연합(EU)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부 장관의 주도로 구글·아마존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조세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세제개편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총 매출액에 세금을 물리는 ‘평형세(equalisation tax)’를 신설, 유럽 조세제도의 구멍을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행태를 차단하겠다는 게 골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다국적 IT 기업을 겨냥한 세제개편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9일 보도했다. 세제개편안은 다국적 IT 기업들이 유럽 각국에서 벌어들인 총 매출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개편안이 회원국들의 호응을 얻을 경우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해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다국적 IT 기업들은 유럽 국가들이 순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점을 이용,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벌어들인 돈을 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국가에 설립한 법인에 특허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축소해왔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프랑스에서 납부한 세금을 10만유로(약 1억3,600만원)까지 줄인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4개국 재무장관은 세제개편 제안서에서 “우리는 해당 기업들이 법인세로 납부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던 금액만큼 더 걷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더 이상 이런 기업들이 유럽에서 사업을 하면서 최소한의 세금만 납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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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다국적 IT 기업들의 매출액에 대해 세금을 매길 경우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하더라도 지금까지 징수해온 세금보다 많은 액수를 부과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적용 세율이 2~5%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순이익이 아닌 매출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선진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에 이번 개편안은 유럽 주요국들의 ‘조세회피와의 전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영국 세무당국도 2016년 구글과 합의해 세금 납부 기준을 순이익에서 매출 기준으로 변경한 바 있다.

아울러 FT는 프랑스·독일 등이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높은 개인소득세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긴축정책을 향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효과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새로운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려면 세율을 낮춰 IT 기업들을 유치해 이익을 보고 있던 아일랜드·룩셈부르크 등을 비롯한 EU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는 게 변수다. 특히 룩셈부르크의 총리를 지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세제개편 드라이브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세회피와의 전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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