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제전문가·서경펠로 20인 긴급설문] "사드대응 정부 반성해야...WTO제소로 국제사회 지지 결집을"

■ '中 사드보복' 대응 전략은

국제규범 위반행위 문제제기 등

中 '近攻'에 '遠交'로 대응 필요

특사 파견 등 통해 분위기 쇄신

"中의존도 대폭 낮춰야" 지적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뾰족한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한곳에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상회담을 통해 푸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이와 동시에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하루빨리 높여야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이 쏟아졌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경제학자와 전직 고위경제관료, 서경펠로 등 전문가 20인에게 한 긴급 설문에서 전문가 대부분은 우리 정부가 중국 사드 보복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우선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사드 보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단일지도 체제 굳히기를 앞두고 힘을 과시하는 목적인데 시 주석의 지시가 중국 전반에 스며들어 그 한마디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시금석 역할을 하고 있다”며 “1인 지도 체제가 확립돼서 체제가 좀 안정되면 조금 부드러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도 “우리가 그간 계속 만나자고 하는 등의 노력을 했는데 중국이 워낙 막무가내로 나온다”며 “중국 공산당 당 대회가 오는 11월에서 10월로 앞당겨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지만 획기적인 전기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사드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이 국제 규범과 외교적 관행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라며 “한국 정부가 그간 대응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현대경제연구원장)는 “사드 사태는 경제적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한계도 분명히 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에 (정부가) 무슨 대응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은 WTO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지철호 중소기업중앙회 감사(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서경펠로)는 “가까운 중국의 공격인 ‘근공(近攻)’에 대해 주요 국가나 국제기구 등과의 외교적 관계인 ‘원교(遠交)’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WTO 체제 안에 있는 게 우리한테는 굉장히 좋다. 이런 문제는 국제사회로 끌고 가야 한다”며 “국제규범에 위반된 것을 철저히 문제 제기해야 중국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WTO 제소를 해서 대외적으로 중국 무역제재의 부당함을 국제사회 알리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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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WTO 제소가 현실적 한계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보면 WTO를 통한 제재력이 없어 보인다”며 “중국 반칙에 대한 증거를 잡아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론과 한미일 동맹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전광우 전 위원장은 “베트남은 우리 국민소득의 10분의1, 국내총생산(GDP)은 15% 정도밖에 안 되지만 대외적인 문제에 대해 철저히 한목소리를 내니까 중국도 만만히 대하지 못한다”며 “중국이 우리는 깔보는 수준인데 정치권과 국민 모두 한목소리로 단결해야 협상력도 생긴다”고 말해다.

전문가들은 또 실질적인 해결책은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료 출신 전문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야 몇십년 동안 풀지 못했던 사할린 동포 문제를 해결했다”며 “(사드 갈등은) 국제사회와 국내 여론 조성과 물밑 외교 협상으로 환경을 조성한 뒤 정상회담으로 풀어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료 출신 전문가는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나 전직 대통령급의 특사 등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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