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미 대표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저녁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표결을 위해 11일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주 대북 석유 수출 금지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초강력 제재 초안을 안보리 이사국에 제시했지만 중·러의 반대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 측 고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섬유 제품 수출 금지보다 더 강력한 제재안은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거부권을 가진 중·러와 개략적 합의를 하기도 전에 표결 일정을 못 박는 미국은 제재안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한 유엔 외교관을 인용해 “미국은 추가 제재안이 완화되는 것을 보기보다는 거부권이 행사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안보리를 압박하는 것은 중·러의 반대를 염두에 둔 명분 쌓기로 분석된다. 미국이 국제사회 최대 현안인 북핵 위험을 강력히 고발하며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중·러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점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다. 안보리 차원의 다자 제재가 성사되지 못해도 미국이 중국의 반발 때문에 오랫동안 묵혀온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기관 제재)’을 독자적으로 발동할 수 있는 명분은 축적된다.
한편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추정 위력이 약 160㏏(킬로톤)으로 수소폭탄실험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10일 말했다. 일본 방위상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으로 미국의 중러 압박을 돕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다만 주요2개국(G2)인 미·중이 유엔에서 정면충돌하는 극단적 상황이나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 시행은 외교적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양국이 막판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엔 관계자들은 미국과 중·러가 휴일인 10일에도 새 대북 제재안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하면서 북한에 대한 전면적 석유 공급 차단은 아니더라도 제한적인 원유 수출 금지 등의 완화된 제재안이 도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손철특파원 베이징=홍병문특파원 runiron@sedaily.com